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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Dokkaebi

씨름 상대가 쓰러진 자리에 남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낡은 빗자루 한 자루뿐이었다.

오래 쓰다 버린 빗자루, 부지깽이, 깨진 사발 — 오랜 세월 손때가 쌓인 물건들은 어느 순간 스스로 눈을 뜬다고 한다. 사람이 깃든 것도, 귀신이 빙의한 것도 아니다. 무언가가 그냥, 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도깨비는 특정한 하나의 얼굴을 갖지 않는다. 기록마다 형태가 다르고, 소문마다 생김새가 엇갈린다. 다만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그것은 한복 차림에 패랭이를 눌러쓰고 있으며, 성을 묻거든 어김없이 '김씨'라고 답한다고 전해진다.

무서운 존재라 여기기 쉽지만, 도깨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 같이 놀 상대. 메밀묵과 막걸리를 좋아하고, 씨름과 이야기와 노래를 즐긴다. 밤길을 걷던 나그네를 붙잡아 씨름판을 벌이는 것도 적의가 아니라 외로움에 가깝다. 그러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체면이 구겨지면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 앙갚음은 집요하고 묘하게 집요하다.

붉은 것을 극도로 꺼린다. 팥죽 한 사발, 핏방울 하나에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반대로 밤새 친하게 어울리다 새벽에 피 한 점을 보고 혼비백산 달아났다는 이야기도 여러 지방에 고루 퍼져 있다.

폐가의 처마 밑, 인적 끊긴 야산 어딘가에 살다가 이따금 민가로 내려온다. 솥뚜껑을 솥 안에 집어넣거나, 소를 지붕 위에 올려두는 식의 장난이 그 흔적이다. 악의라기보다는 개구짐에 가깝지만, 그 개구짐을 되받아칠 자신이 없다면 밤길에 낯선 목소리가 씨름을 청해도 못 들은 척하는 편이 낫다.

익살스러운 어둠, 오래된 물건의 냄새, 막걸리와 흙, 새벽의 정적 한국민담변신물건의 정령씨름도깨비방망이야간출몰외로운 존재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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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깨비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