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사람이 너무 떨면서 얘기해서 나도 그날 이후로 좀 이상해졌거든. 들을래?
강남 한복판이야. 역 근처 그 번듯한 오피스 건물들 있잖아, 유리 외벽에 로비도 반들반들한 거. 거기 어느 층에 IT 계열 회사가 들어왔대. 서울 외곽에 있다가 강남으로 확장 이전한 거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한 십여 년 전 얘기라고 들었어.
근데 입주 계약할 때 건물주 할아버지가 대표한테 진짜 대놓고 신신당부를 했다는 거야. 이 터가 좀 오래된 도깨비 터다, 고사를 꼭 지내고 들어가라, 그냥 형식적으로라도 막걸리 한 사발 올려라— 이렇게까지 말했다는데, 회사 쪽에서 그냥 웃고 넘겼다고 하더라고. 요즘 세상에 무슨 고사냐고. 뭐 이해는 가지. 그죠?
근데 이사 들어간 그 주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는 거야.
처음엔 그냥 직원들이 하나둘 아프기 시작했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코피를 쏟는다든가, 이유 없이 두통이 며칠씩 간다든가. 병원 가면 아무 이상 없다고, 집에 가서 쉬라는 말만 듣고 오고. 그러니까 다들 그냥 이사 스트레스겠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다는 거야.
근데 진짜 이상해진 건 밤이었대.
야근이 잦은 팀이 있었나봐. 마감이 몰려서 몇 명이 밤 열한시, 열두시까지 남아있던 어느 날인데— 사무실에 불은 켜져 있고 에어컨 소리만 웅웅 울리는 그 시간에, 한 직원이 화장실 갔다가 돌아오는데 복도에서 냄새를 맡았대. 탁하고 쉰 것 같은, 막걸리 냄새. 근데 사무실 안에 아무도 술 가져온 사람 없었다는 거야. 분명히 없었는데.
그 직원이 자기 자리에 앉으려는데, 좀 떨어진 빈 자리 쪽에서 소리가 났다는 거야. 웃음소리. 어… 말로 설명하기가 좀 애매한데, 그 사람 말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 같은데 기분이 나쁘게 즐거운 소리였대. 낄낄낄— 이런 거 있잖아. 근데 입을 다물고 웃는 것처럼 낮고 끊기지 않는. 그게 딱 한 번이 아니라 조금씩 가까워지더래.
그 사람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목구멍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야. 그러더니 진짜로, 피를 토했대. 선홍색으로. 많진 않았는데 분명히 피였다고.
병원에서는 또 이상 없다고 했대. 과로라고.
그 이후로 이 얘기가 팀 안에서 돌았고, 누군가 건물주 할아버지한테 넌지시 물어봤더니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고사 지내라고 했잖소. 그 터는 대접을 받아야 조용한 터야. 달래지 않으면 달라는 거야."
결국 그 회사, 얼마 안 가서 나갔다고 하더라고. 이유는 사업 악화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았대.
근데 내가 진짜 소름 돋은 건 그다음 얘기야.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회사도 얼마 못 갔대. 또 그다음 회사도. 건물은 지금도 거기 있는데— 그 층만 자꾸 바뀐다는 거야. 입주했다가 나가고, 입주했다가 나가고.
근데 어느 날 밤 늦게 그 건물 앞을 지나던 사람이 그 층 창문 쪽을 올려다봤는데, 불이 꺼진 빈 사무실 유리창 안에서 뭔가 서 있는 게 보였다는 거야.
사람처럼 서 있는데, 낄낄낄 웃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