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부산 영도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들은 얘긴데요. 영도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거의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봉래산에 올라가면 할매 바위가 있다고요. 그냥 오래된 바위 하나인데, 영도 사람들은 그걸 예사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할매가, 영도에 들어오는 사람은 반긴대요. 품에 안아준다고요. 근데 떠나는 사람한텐 다르다고 합니다. 허락 없이 나가면, 그냥 놔두질 않는다는 거죠.
확실하진 않지만, 영도 토박이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내려온다고 해요. 영도를 떠날 때는 반드시 봉래산에 올라가서 할매 바위 앞에 서서, 인사를 드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나가도 된다고요.
그냥 소문처럼 들리죠.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제가 아는 분한테 직접 들은 얘기가 있어요.
영도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육지로 이사 간 분인데요. 이삿짐 싸느라 바빠서, 아니면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냥 나왔다고 해요. 할매 바위? 그런 거 신경 쓸 여유가 어딨냐고요. 트럭 타고 영도대교 건너면서 그냥 끝인 줄 알았대요.
이사하고 얼마 안 지나서부터였대요.
처음엔 작은 것들이었대요. 새로 다니기 시작한 직장에서 이상하게 일이 꼬인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집에 물이 새거나. 그러다가 6개월쯤 됐을 때, 아내랑 갑자기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대요. 그것도 별것도 아닌 일로요.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냥 재수 없는 일들이 겹친 거 아니냐고요.
그 분도 그렇게 생각했대요. 처음엔요.
근데 그해 겨울이었대요. 꿈을 꿨다는 거예요. 꿈에서 어디를 걷고 있는데, 산 아래 어두운 데서 어떤 할머니가 서 있더래요. 멀리서도 알아봤대요. 작고 굽은 몸에, 하얀 모시옷 입은 할머니가 그냥 자기를 보고 있더래요. 아무 말도 안 하고요.
그게 보통 꿈이랑 달랐다는 거예요. 무서운 게 아니라, 그냥, 차갑더래요. 꿈인데 공기가 차갑더라는 거예요. 살갗이 오슬오슬 돋는 게 느껴졌대요. 그리고 할머니 얼굴을 봤는데, 무표정한데 눈만 자기를 향해 있더래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요.
잠에서 깼는데, 방 안이 이상하게 냄새가 났대요. 바다 냄새도 아니고, 흙 냄새도 아닌데, 뭔가 오래된 냄새, 뭔가 오래 닫혀 있던 방에서 나는 그런 냄새가 났대요. 창문은 닫혀 있었고요.
그 다음 날 바로 영도로 갔대요. 봉래산 올라가서 할매 바위 앞에 섰대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그냥 섰다가, 죄송합니다, 인사 못 드리고 나왔습니다, 그 말만 했대요. 목소리가 떨렸대요. 그게 부끄럽지도 않았대요. 그냥 해야 할 것 같았대요.
그 뒤로는 별일 없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근데 말이에요, 여러분.
그 분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할매 바위 앞에 서서 고개 숙이고 있는데, 바람이 없었는데, 바위 옆 나뭇잎이 한 번 흔들렸대요. 딱 한 번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대요. 허락해준 건지, 아직도 보고 있다는 건지.
그냥, 그게 제일 무섭더라고요. 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