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서울역 얘기를 해볼게요.
그냥 서울역 얘기가 아니라… 거기서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다가 뭔가를 봤다는 사람 얘기입니다.
들은 지 꽤 됐는데,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 학생한테 직접 들었다는 사람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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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겨울이었대요. 어느 대학교 4학년 남학생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서울역 플랫폼으로 내려갔다고 해요.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는데, 마지막 열차가 오기까지 한 십 분쯤 남았던 거죠. 플랫폼에 사람이 아예 없진 않았는데, 뭐랄까… 각자 제 벽을 보고 서 있는 그런 분위기였대요. 말도 없고, 눈도 안 마주치는. 늦은 밤 지하철 특유의 그 공기 있잖아요.
근데 그 학생이 그러더래요. 갑자기 목 뒤가 서늘해지더라고. 히터가 분명히 돌고 있었는데, 목 뒤부터 어깨까지 뭔가가 쭉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났다고. 바람이라기엔 방향이 없었고, 그냥… 공기가 달라졌다고 표현했대요. 냄새도 났다고 해요. 흙인지 뭔지, 오래된 냄새. 지하철 특유의 기름 냄새가 아니라, 훨씬 오래된 것 같은.
그래서 고개를 든 거죠.
플랫폼 끝, 불빛이 좀 약한 쪽에 여자가 서 있더래요. 파란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요즘 행사에서 입는 그런 밝고 화사한 색이 아니라, 좀 바랜 것 같은, 낡은 청색이었대요. 머리는 올려 쪽을 지었고, 그 자세가 꼿꼿한데 또 어딘가 무너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고.
학생이 처음엔 그냥 한복 입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대요. 행사 갔다 오나 보다, 하고.
근데 발이 안 보이더래요.
치마 밑이 그냥 바닥으로 이어지는데, 발이 없어요. 치마가 바닥에 닿는 게 아니라, 그냥 바닥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치마가 끝나 있더래요.
그 순간 그 학생,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했대요. 다리가 안 움직인 게 아니라, 아예 생각이 멈춰버렸다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여자가 고개를 돌렸대요. 천천히. 그리고 그 학생 눈을 딱 봤는데.
눈이 울고 있었대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게 아니라, 눈 자체가 울고 있는 것 같은. 눈빛에서 뭔가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고. 슬픔인지 분노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그냥 가슴팍으로 들어오더래요. 설명이 안 된다고, 그 학생이. 말로는 모르겠는데, 그 눈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때 열차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대요.
눈을 잠깐 감았다 떴더니 없었대요. 그냥 없었대.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고, 플랫폼 끝이 그냥 비어 있고.
학생이 열차에 탔는데, 자기도 모르게 그쪽 끝 자리에 앉았대요. 창문에 얼굴이 비치는 자리에. 그리고 출발하는데, 창문 너머 플랫폼이 지나가잖아요. 그 짧은 순간에, 학생이 봤대요.
여자가 플랫폼에 서서 열차를 보고 있더래요. 움직이지 않고. 그냥 서서, 떠나는 열차를 보고 있더래요.
표정은 못 봤대요. 너무 빨리 지나가서. 근데 자꾸 생각이 나는 건, 그 파란 치마 끝이 바닥에 닿지 않고 있었다는 거래요. 그게 계속 눈에 밟힌대요. 열차가 완전히 떠났는데도, 그 여자는 거기 서 있었을 것 같다고.
서울역 그 플랫폼에, 지금 이 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