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외곽, 산비탈을 따라 난 좁은 길을 올라가면, 오래전 버려진 한 학교가 있다. 이곳은 이제 잡초와 나무에 묻혀 있지만, 한때는 활기찼던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30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학교는 갑자기 문을 닫았다. 지역 주민들은 당시 교사와 학생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고 속삭인다.
나는 그곳을 탐험하기로 했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 시간의 흐름을 잊은 듯한 교실들이 나를 맞이했다. 바닥에는 낡은 책과 부서진 책상들이 널려 있었고, 칠판에는 예전 수업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불길했던 것은 바로 2층 끝에 있던 음악실이었다.
음악실에 들어서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방 한가운데엔 오래된 피아노가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피아노 건반을 살짝 눌러보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피아노 연주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때 갑자기 피아노가 혼자서 연주를 시작했다. 음울하고 불협화음이 가득한 곡조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로 연주가 끝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곡이 끝나자, 창문 너머로 희미한 형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뛰쳐나온 나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달아나는 내 뒤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 학교에선 밤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그것은 과연 잊혀진 학생들의 슬픈 연주일까? 아니면 그들을 그곳에 묶어둔 무언가의 경고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