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들은 건데, 직접 겪은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라서. 아직도 그 사람 목소리가 기억나. 말하다가 중간에 멈추더라고. 그냥 입 다물고 잠깐 있다가, 손을 이렇게 무릎에 꽉 쥐고.
그 사람이 그러는데, 작년 겨울이었대. 새벽 두 시 넘어서, 남산 2호 터널을 혼자 차 몰고 지나가고 있었던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그날 유독 차가 없었다고 했어. 터널 들어서면 원래 앞뒤로 차 몇 대는 보이잖아. 근데 그날은 진짜 자기 차만 달리고 있었던 거야. 터널 조명이 노랗게 깔려 있고, 타이어 소리만 울려 퍼지고. 그 소리가 평소랑 달랐대. 터널 안이 너무 조용하니까, 자기 차 소리가 벽에 부딪혀서 돌아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그러다가, 터널 중간쯤 됐을 때. 오른쪽 벽 쪽에 뭔가 보였대. 사람이야. 벽에 바짝 붙어서 서 있는 사람.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어깨가 안으로 말려 있고, 고개가 약간 앞으로 숙여진 채로. 그게 딱 보인 거야. 차로에서 벽까지 거리가 있잖아, 거기 그냥 서 있는 거야. 움직이지도 않고.
놀라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대. 근데 터널 안이니까 세울 수도 없고 그냥 지나친 거야. 지나치면서 백미러 봤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텅 빈 노란 터널. 완전히 없어진 거야.
처음엔 자기도 그냥 피곤해서 착각한 거겠지 했대. 근데.
집에 와서 블랙박스 영상 돌려봤대. 그 구간. 분명히 벽 쪽에 뭔가 있어. 형체가, 흐릿하긴 한데, 분명히 세로로 긴 게 벽에 붙어 있어. 그 사람이 나한테 그 영상을 잠깐 보여줬거든. 나도 봤어. 솔직히 그게 사람인지 확신은 못 하겠어.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천천히 돌려봤더니, 그 형체가 차가 지나치는 순간에 고개를 드는 거야. 서 있던 자세 그대로, 고개만. 차 쪽으로.
그 사람 말로는, 얼굴 부분이 너무 흐려서 이목구비는 하나도 안 보였다고 해. 근데 고개를 드는 방향이, 정확하게 운전석 창문 쪽을 향한 거래. 차 전체가 아니라. 운전석.
그 얘기 들으면서 나 진짜 소름이 그냥 쫙 돋았거든. 왜냐면, 그 사람이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
"근데 나 그날 혼자 탄 게 맞는데, 왜 블랙박스 영상에 뒷좌석 창문에 손자국이 찍혀 있냐고."
그 이후로 그 사람, 남산 2호 터널은 아예 안 다닌다고 하더라. 근데 들은 얘기론, 한 번 그게 보인 사람한테는 터널을 안 다녀도 소용없다고 하던데. 확실하진 않아. 그냥,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얘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