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들은 건데, 근데 나도 확실하진 않아. 그냥 들은 얘긴데 들으면서 나도 소름 돋아서.
전주 한옥마을 쪽 가봤어? 거기서 이목대 올라가는 길 있잖아. 낮에는 뭐 관광객도 있고 그냥 평범한 동네 언덕길인데, 근데 해 넘어가고 나서 그쪽 가면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대. 아는 언니 친구가 작년 늦가을에 거기 갔다는데, 이 언니가 겁 없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대. 그 언니가 한 얘기라 더 무서웠던 거야.
저녁 여덟시쯤이었대. 딱 어둠이 내려앉는 그 타이밍. 이목대 올라가는 입구에서 산 쪽으로 이어지는 육교 있잖아, 그 육교 아래쪽 풀숲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공기가 갑자기 확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대. 그냥 서늘한 게 아니라, 습하고 묵직한 공기가 목 언저리에 딱 달라붙는 느낌? 마치 뭔가가 숨 쉬는 것처럼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그게 너무 이상해서 걸음을 멈췄다는 거야.
근데 딱 그 순간, 풀숲에서 뭔가 바스락 소리가 났대. 바람도 없었는데. 처음엔 고양이인 줄 알았대. 그래서 그쪽 봤더니…
웅크리고 있었대. 남자가.
풀숲 안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언니 쪽을 보고 있었대. 그냥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머리를 약간 옆으로 기울인 채로,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가로등 불빛이 딱 그 얼굴에만 비쳐서 표정이 다 보였는데, 웃고 있었대. 웃고 있는데 눈은 안 웃고. 입꼬리만 올라간 채로 그냥 언니를 보고 있는 거야. 아무 말도 없이.
언니가 너무 놀라서 소리도 못 지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대. 근데 들은 얘기론, 거기서 눈을 떼거나 등 돌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있대. 그 남자가 그때를 기다린다는 거야. 눈이 안 보이는 순간을 기다리는 거라고. 그래서 언니가 그냥 눈 고정한 채로 천천히 뒷걸음질 쳤대, 떨리는 다리로. 뒤로 물러나는 내내 그 남자는 움직이지 않고 그냥 그 자세 그대로, 그 표정 그대로였대.
육교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나서야 뒤돌아 뛰었대. 근데 이상한 건, 나중에 다음 날 낮에 그 자리 가서 풀숲 봤더니, 사람이 웅크리고 앉았던 자리 풀이 다 눌려 있었대. 그것도 한 사람이 앉은 게 아니라, 여러 군데가 눌려 있었다고. 오래전부터 거기 자주 앉은 것처럼.
뭐 빙의된 사람이다, 아니면 그냥 이상한 사람이다, 말이 많은데, 확실하진 않아. 근데 그 언니가 그러더래. 제일 무서웠던 건 남자 자체가 아니라, 뒷걸음질 치면서 뒤를 안 보고 있던 그 몇 초 동안, 저 멀리 가로등 아래에 자기 그림자가 비쳤는데, 그림자가 둘이었대.
자기 것 하나, 그리고 바로 옆에 하나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