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남포동 쪽에서 떠도는 얘기를 하나 가져왔어요.
확실하진 않아요. 아는 사람한테 들은 얘긴데, 그 사람도 직접 겪은 건 아니고... 뭐, 그쪽 동네에서 돌고 도는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들어보시면, 아마 다음에 심야버스 탈 때 한 번쯤은 생각나실 거예요.
몇 년 전 일이래요. 이십대 후반쯤 된 여성분이 혼자 남포동에서 막차를 탔다고 하더라고요.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대. 토요일이었는지 일요일이었는지, 그것까진 모르겠는데, 하여튼 늦은 밤이었고, 발이 좀 아팠대요. 오래 돌아다닌 날이었나봐요. 버스 탈 때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버스 안에 사람이 몇 없었대요. 뒤쪽에 무리가 하나 있었는데, 다섯 명인가 여섯 명인가, 남자들이었다고. 처음엔 별생각 없었대요. 그냥 앉아서 창밖 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대요. 소리가 없었던 거예요.
막차에서 무리지어 탄 사람들이 그렇게 조용한 경우가 흔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속닥거리지도 않고, 전화도 안 하고, 그냥... 있는 거래요. 그게 좀 이상하다 싶어서 슬쩍 눈길을 줬는데, 그 순간 그 무리 중에 한 명이랑 눈이 딱 마주쳤대요. 그 남자가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웃는데 아무 소리도 없이. 그냥 입꼬리만 올라가는 거래요. 그 여성분이 바로 앞을 봐버렸는데, 그때부터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대요. 차가운 땀이요. 시트에 닿은 등이 서늘해지는 게 느껴졌다고.
버스가 달리는 내내 그 여성분은 창밖만 봤대요. 시선을 느끼면서. 뒤통수가 따끔따끔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던 거죠. 그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걸.
그러다가... 버스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로 이 여성분을 봤대요. 한 번, 두 번. 그러더니 세 번째에 눈을 딱 맞추고는, 손을 조금 들어서 앞을 가리켰대요. 정류장 표시도 없는 곳이었는데, 버스가 속도를 줄이더니 멈춘 거예요. 문이 열렸고. 아저씨가 고개를 한 번만 끄덕였대요. 그게 다였대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그 여성분이 뭔지도 모르고 내렸대요. 반쯤 얼어붙은 채로. 버스가 문 닫고 가는데, 뒤쪽 유리창 너머로 그 무리 중 한 명이 창에 손을 짚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손이 유리에 닿아 있었대요.
나중에 그 여성분이 그날 일을 얘기하면서, 그 손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대요. 뭔가를 잡으려고 뻗은 것처럼 보였다고. 확실하진 않지만... 그 버스 그날 밤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기사 아저씨가 어떻게 됐는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