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너머의 것
※ 창작 픽션. 지도의 소문과는 별개입니다.

처음에는 물소리인 줄 알았다. 배관이 낡은 건물이었으니까. 서울 마포구 어느 골목 안쪽, 지은 지 삼십 년이 넘은 오층짜리 원룸 건물의 사층. 이지수가 이 방으로 이사 온 건 지난 가을이었다.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사십오만 원, 관리비 포함. 부동산 앱에서 '풀옵션'이라는 문구를 보고 계약했다. 방은 좁았지만 혼자 살기엔 충분했고, 회사까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소리가 처음 들린 건 이사한 지 사흘째 되던 밤이었다. 자정이 지나 노트북을 닫으려는 순간, 천장에서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쥐인가, 하고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이니 으레 있을 법한 일. 그녀는 귀마개를 끼고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밤에도, 그다음 날 밤에도 소리는 계속됐다. 쥐가 긁는 소리라기엔 뭔가 달랐다. 너무 규칙적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마치 무언가가 천장 안쪽 공간을 아주 천천히 가로지르는 것처럼. 탁, 탁, 탁. 그리고 멈춤. 다시 탁, 탁, 탁.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오래된 건물이라 배관 소리가 좀 납니다"라고 말했고, "위층 세입자는 지금 비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지수는 수화기를 든 채 잠시 멈췄다. 위층이 비어 있다면, 소리는 층간소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배관도 아닐 것이었다. 배관은 저렇게 박자를 맞추지 않는다. 그녀는 관리소장에게 한 번 봐달라고 부탁했고, 관리소장은 "요즘 워낙 바빠서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두 주가 지났다. 소리는 점점 선명해졌다. 어느 날 밤에는 탁탁거리는 소리 사이로 아주 낮고 습한 마찰음이 섞였다. 젖은 가죽 같은 것이 콘크리트 위를 끌리는 소리. 지수는 그날 밤 처음으로 진심으로 겁을 먹었다. 다음날 퇴근 후 그녀는 철물점에 들러 접이식 사다리를 샀다. 천장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그래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이 방을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점검구는 화장실 쪽 천장 모서리에 있었다. 가로세로 사십 센티미터쯤 되는 정사각형 패널로, 회색 플라스틱 테두리에 싸여 있었다. 지수는 사다리를 세우고 스마트폰 손전등을 켠 채 올라갔다. 패널을 밀어 옆으로 밀어내는 순간, 먼지와 함께 무거운 냄새가 내려왔다. 흙냄새와 부패한 무언가의 냄새가 섞인, 오래된 지하실 같은 냄새. 그녀는 잠깐 숨을 참았다가 손전등을 점검구 안으로 들이밀었다.
안쪽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배관과 전선 묶음들이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뿌연 먼지가 수십 년치로 쌓여 있었다. 손전등 빛이 닿는 범위 안에선 아무것도 없었다. 지수는 어깨를 점검구 안으로 집어넣고 더 깊이 들여다봤다. 빛이 미치지 못하는 어둠이 저 안쪽에 두텁게 고여 있었다. 그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처음엔 배관에 맺힌 물방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반짝임이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지수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그것은 눈이었다. 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눈꺼풀도, 흰자위도 없었다. 그냥 빛을 머금은 둥근 막, 마치 연체동물의 눈처럼 납작하고 흐린 것이 두 개, 아니 세 개, 아니 더 많이 그녀를 향해 있었다. 눈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았다.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높이 있었고, 어떤 것은 서로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 마치 눈들이 몸의 어디에나 달려 있는 것처럼. 지수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손전등을 쥔 손이 떨렸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보고 있었다. 그 눈들이 수십 개 이상이라는 걸 지수는 빛이 흔들리면서야 깨달았다. 천장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한 무언가가 그 어둠 속에 납작하게 펼쳐져 있었다.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젖어 있었고, 미세하게 주름져 있었으며, 호흡처럼 느리게 팽창하고 수축하고 있었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그리고 지수가 점검구를 열기 전부터, 오래전부터,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온몸의 피부로 전해졌다. 이유 없는 확신. 공포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각.
지수는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점검구 패널을 원래대로 밀어 닫았다. 손이 떨려서 두 번 시도해야 했다. 화장실을 나와 방 한가운데 서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손 안에 있었지만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몰랐다. 119에 전화해서 뭐라고 말하나. 경찰에게는? 관리소장은 이미 무관심했다. 친구들은 웃을 것이다. 그녀는 그냥 침대 위에 앉았다.
새벽 두 시가 넘었을 때, 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탁, 탁, 탁. 이번엔 더 가까웠다. 화장실 쪽 천장에서. 그리고 지수는 방금 전 자신이 패널을 닫을 때 빠뜨린 것을 깨달았다. 패널을 닫기 전, 마지막 순간에 손전등 빛이 흔들리며 그것의 표면을 스쳤다. 그 찰나에 보였다. 그것의 표면 한쪽에 납작하게 눌린 형태들. 윤곽만 남은 형태들. 사람 손처럼 생긴 것. 얼굴처럼 생긴 것. 그것들이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눌려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 안에서 밀고 있는 것처럼.

다음 날 아침, 지수는 출근했다. 저녁에 돌아와 집 앞 골목에 섰을 때 무심코 건물을 올려다봤다. 오층 건물, 지붕 아래, 자신의 방 창문. 그리고 그 위. 지붕과 사층 천장 사이의 공간. 그 어둠 속에서 창문 유리를 통해 무언가가 안쪽에서 눌리고 있었다. 납작하고 흐린 것이 유리에 바짝 붙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수는 눈을 깜빡였다. 그것은 사라졌다. 골목에는 찬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랐다. 사층, 복도 끝, 자신의 방 앞에서 열쇠를 꺼냈다. 문을 열기 직전, 문틈 아래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걸 봤다. 아주 가느다란, 축축한 선. 그것은 잠깐 바닥 위에서 꿈틀거리다가 다시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지수는 열쇠를 손에 쥔 채 오래 서 있었다.
안에서 소리가 났다. 탁. 탁. 탁. 규칙적으로, 기다렸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