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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야화 — 성벽 아래 잠든 목소리들

수원 화성 / Suwon Hwaseong

낮에는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세계유산, 밤에는 성벽 틈새에서 무언가가 숨을 고른다고 한다.

조선 정조 18년(1794년)에 착공하여 불과 2년 만에 완성된 수원 화성은, 그 짧은 공사 기간 안에 수만 명의 손과 땀이 5.74킬로미터의 돌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전해진다. 거중기와 유형거로 거석을 들어 올리던 공역(工役)의 소리가 아직도 특정 구간 성벽에 귀를 대면 들린다는 이야기가 수원 토박이들 사이에 조용히 떠돈다.

팔달산 서남쪽 암문(暗門) 일대에서는 밤이 깊어지면 성돌 사이로 미세한 바람이 새어 나오며 낮은 읊조림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일부 방문객들은 이를 바람의 장난이라 일축하지만, 오래된 이야기꾼들은 공사 중 변을 당한 역부(役夫)들의 탄식이 의궤(儀軌)에도 기록되지 못한 채 돌 속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속삭인다.

한국전쟁 당시 포격으로 성벽 일부가 무너졌고, 이후 『화성성역의궤』를 근거로 복원되었다. 그러나 복원된 구간과 원형이 남은 구간의 경계선 — 이른바 '이음새 구역' — 에서 사진을 찍으면 정체 모를 인영(人影)이 포착된다는 제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간헐적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안문 북쪽 성곽 산책로는 해가 지면 가로등 사이 간격이 유난히 넓어 짙은 어둠 구간이 생긴다. 그곳을 혼자 걷던 사람들이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온다고 느꼈다는 이야기가 종종 보고된다고 하며, 돌아봐도 아무도 없었다는 결말로 끝난다.

수원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사적으로 보호받는 공개 유적지이나, 성곽 위 일부 구간 및 관리 구역 외 지점은 야간 출입이 통제된다. 무단 출입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며, 어두운 성벽 아래를 혼자 배회하는 것은 — 심령 현상과 무관하게 — 안전상 권고되지 않는다.

웅장함 속 적막, 돌의 기억, 역사와 야담의 경계 흉가·심령 명소유적지성곽조선시대수원세계문화유산야간금지도시전설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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