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이·크리쳐 KR ▰▰▰▱▱
업 (業神)
업신 / eopsin
그 집 곳간이 늘 넉넉했던 이유를, 아무도 대들보 위를 올려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은 집 안 어딘가에 깃든다. 다락 귀퉁이, 장독대 아래, 오래된 기둥 틈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숨을 쉬며, 그 집의 재물과 복을 실처럼 붙들고 있다.
모습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구렁이가 가장 흔하고, 때로는 족제비, 때로는 두꺼비로 전해진다. 하지만 어떤 형태이든 그것을 처음 마주친 사람은 직감적으로 안다 — 이것은 그냥 짐승이 아니라고.
업이 머무는 집은 기이하게 잘 된다. 장사가 풀리고, 병이 덜 돌고, 이유 없이 살림이 불어난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쉽게 말하지 못하면서도, 곳간 열쇠를 함부로 두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구렁이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면. 그것이 업이었다면. 그 집은 그해를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지금도 입에서 입으로 돈다.
업을 노하게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알아보지 못하고 해친 날부터 집안에 조용히 무언가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재물이 새고, 사람이 아프고, 꿈자리가 사납다. 그 연유를 아는 노인들은 말한다 — 업은 복을 주러 온 것이지만, 배신당한 복은 재앙보다 조용하고 오래간다고.
고요한 집안, 낡은 대들보, 서늘한 복도, 보이지 않는 시선 가신재물신수호신구렁이한국 민속집업신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보러가기 출처: 업 (業神)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