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광귀 (夜光鬼)
야광귀 / 앙괭이
섣달 그믐밤, 문 앞에 놓인 신발이 사라졌다면 — 이미 늦었다.
구한말 한성 일대에서 음력 연말이 되면 아이들 사이에 조용히 퍼지던 이름이 있었다. 야광귀(夜光鬼), 혹은 야광귀신, 혹은 순우리말로 앙괭이. 그 이름은 지금도 설날 전날 밤의 서늘한 공기 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
모습은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사람과 같다고 전해진다. 불에 탄 형상이되 죽은 것이 아니다. 정수리에는 작은 등불 혹은 화로가 얹혀 있어, 어두운 골목을 걸을 때마다 희미한 빛이 앞서 흔들린다. 그 빛을 보았다면 이미 그것이 당신의 문 앞까지 왔다는 뜻이다.
야광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신발이다. 『세시기속』은 이것을 야귀왕(夜鬼王)이라 부르며 기록했다 — 신발을 하나하나 신어 보고, 제 발에 꼭 맞는 것만 골라 가져간다고. 신발을 잃은 자는 그해 내내 불운이 따라붙는다. 무엇이 잘못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잘못된다.
다행히 야광귀에게는 기묘한 약점이 있다. 구멍에 집착하는 것이다. 문 앞에 체를 걸어두면, 야광귀는 그 촘촘한 구멍들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한다. 밤새도록 센다. 그리고 새벽 첫닭이 울면 — 미처 다 세지 못한 채로 달아난다. 매년 섣달 그믐 밤, 아이들 자는 방 문 앞에 체를 거는 풍습, 야광귀쫓기가 여기서 비롯되었다.
『경도잡지』는 이 풍습을 두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일찍 재우려 일부러 퍼뜨린 엉뚱한 재담이 섞인 괴담이라 평했다. 그러나 풍습이 생겨나려면 먼저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체를 걸지 않으면 정말로 신발이 없어진다고 —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출처: 야광귀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