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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귀신 (處女鬼神)

처녀귀신

혼례복을 입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자는, 살아있는 신부의 치마 속에서 잠든다.

한반도의 오래된 소문 속에 깃든 존재. 혼기를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처녀의 원혼이 변한 것으로, 손각시 혹은 손말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름 속에는 '가지 못한 손길'의 뜻이 녹아 있다고 한다.

이 귀신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직 시집을 가지 못한 처녀에게 달라붙는다고 전해진다. 거울 속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도 있고, 빗질하는 소리가 들린 다음 날 아침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져 있다는 소문도 있다. 피해자는 이유 없이 야위어가고, 혼담이 번번이 어그러진다.

그중에서도 '왕신(王神)'으로 불리는 강한 처녀귀신은 차원이 다르다. 한 개인이 아니라 집안 전체를 잠식한다고 하여, 오히려 이를 가신(家神)으로 받들어 모시는 풍습이 생겨났다. 달래지 않으면 화가 되고, 달래면 그나마 재앙을 늦출 수 있다는 역설적인 공존의 방식이었다.

민간에서는 처녀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죽은 이의 혼례를 사후에 치르는 의식을 행하기도 했다. 종이로 만든 신랑 인형과 함께 묻어주거나, 혼례 음식을 차려 넋을 위로하는 것이다. 의식을 치른 뒤에야 집안이 조용해졌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드물지 않게 전해진다.

아직도 오래된 마을의 어른들은 혼기가 찬 딸이 이유 없이 앓기 시작하면, 먼저 '붙은 것이 있는지'를 살핀다고 한다. 시집을 못 간 죽음의 억울함은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소문의 형태로 지금껏 살아남았다.

억눌린 한, 흰 소복, 빗소리, 혼례의 부재, 오래된 집 처녀귀신손각시손말명왕신가신한국 전통 귀신원혼여성 귀신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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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처녀귀신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