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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 (河回탈)

하회탈

탈을 훔친 자는 반드시 피를 토했다고 전해진다.

안동 하회마을 깊숙이 전해 내려오는 목조 탈. 고려 중기쯤 허도령이라는 인물이 신의 계시를 받아 깎았다는 구전이 있으나, 그 탄생의 정확한 내막은 지금도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오래된 것들이 그렇듯, 기원이 흐릿할수록 그 물건이 품은 기운은 더 짙어지는 법이다.

한반도의 다른 탈들은 놀이가 끝나면 불에 태워 없앴다. 하지만 하회탈만은 달랐다. 태우지 않고, 보존하되,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마을을 지배했다. 이 탈들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마을 수호신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이면 별신굿탈놀이 속에서 악귀를 쫓는 의식의 중심에 놓였다.

열한 가지 탈 가운데 '주지' 두 점은 악귀를 몰아내는 부적의 역할을 맡는다. 양반과 선비의 탈은 단정하게 좌우 대칭이지만, 하인 초랭이의 탈은 입이 비틀려 있다. 민중의 눈으로 보면 누가 진짜로 뒤틀린 존재인지 묻는 조형이다. 표정이 고정되어 있음에도 보는 각도에 따라 웃음과 슬픔이 교차한다는 증언이 예로부터 끊이지 않는다.

탈을 훔치거나 용도 밖으로 사용한 자는 반드시 큰 재앙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마을 안에서 오랫동안 속삭여졌다. 현재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 유리 너머에 안치되어 있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탈을 가리켜 '모셔야 하는 것'이라 부른다. 총각탈을 포함한 네 점은 언젠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어디로 갔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탈의 표면에는 오래된 오동나무의 결이 살아 있다. 바가지나 종이로 만든 탈들이 시간 속에 녹아 사라지는 동안, 이것만이 수백 년을 견뎌냈다. 목재가 단단하기 때문이라 설명되지만, 마을의 노인들은 다른 이유를 댄다. 탈 스스로가 사라지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고요한 경외, 정월의 횃불, 뒤틀린 미소, 오래된 나무 냄새 저주받은 물건민속신앙별신굿수호신국보하회마을조선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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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회탈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