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문대할망
Seolmundae Halmang
한라산은 그녀의 베개였고, 제주 바다는 그녀의 무릎조차 적시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거인 할망. 치맛자락에 흙을 담아 바다에 쏟아부으니, 그것이 섬이 되었다. 흘러내린 흙 몇 줌이 한라산이 되고, 치마 구멍 사이로 새어 떨어진 자락들이 오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제주의 지형은 곧 그녀가 일하다 흘린 흔적이다.
그 몸집은 어떤 언어로도 온전히 가늠되지 않는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발가락이 관탈도에 닿았으며, 어떤 바다에 들어서도 물이 무릎 위로 차오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빨래를 할 때면 관탈도에 천을 펼쳐두고, 한라산 정상에 손을 짚은 채 발로 문질렀다는 소문이 아직도 제주 노인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신이면서 인간이기도 한 존재. 전승은 그녀에게 필멸(必滅)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오백 아들을 먹이려 죽을 끓이다 솥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 혹은 땅속에 묻혀 '매고할망'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겹쳐 전해진다. 창조자가 자신이 만든 땅에 삼켜진 것이다.
18세기 문헌 《표해록》에는 풍랑 속 뱃사람들이 한라산을 바라보며 '선마고(詵麻姑)'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살려달라는 외침이 향한 곳은 산이 아니라, 산 그 자체인 그녀였다. 이름은 지역마다 달라졌지만—선문대할망, 세명뒤할망, 설만두고—부르는 방향은 언제나 같았다.
지금도 제주 해안의 기묘한 암반, 설명 없이 솟은 오름, 갑자기 얕아지는 바다를 두고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할망이 지나간 자리라고.
출처: 설문대할망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