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심령지 KR ▰▰▱▱▱

제주 김녕굴과 만장굴

濟州 金寧窟과 萬丈窟

한때 하나였던 지하의 혈맥이 둘로 갈라졌다 — 무엇이 그 사이를 막아섰는지는 아직 땅 속에 남아 있다.

신생대의 용암이 지표 아래로 흘러내리며 남긴 이 거대한 관(管)은, 제주도 동북쪽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심장부라 불린다. 원래 하나로 이어진 단일한 암흑의 통로였으나, 내부를 흐르던 용암이 어느 시점에 중간을 틀어막으면서 두 개의 굴로 분리되었다고 전해진다. 지질학은 이를 붕괴와 폐색으로 설명하지만, 굴 안을 걷는 이들은 그 단절이 어쩐지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만장굴은 총 연장 약 7.4킬로미터, 최대 높이 23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용암 동굴 가운데 하나다. 구간에 따라 내부 구조가 2층, 3층으로 겹쳐지며, 어떤 통로는 상층의 것이 하층으로 내려다보이는 기묘한 구조를 이룬다고 한다. 빛 한 줄기 닿지 않는 깊은 구간에서는 소리가 이상하게 흡수되어, 자신의 발소리조차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김녕굴은 만장굴 하류 끝에서 불과 90미터 떨어진 곳에 입을 벌리고 있다. S자로 휘어진 이 700미터짜리 통로의 상류 끝에는 높이 약 2미터의 용암폭포 흔적이 굳어 있는데, 오래전 마을 사람들은 이 굴 어딘가에 뱀의 기운이 서려 있어 함부로 들어서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김녕사굴(金寧蛇窟)'이라 부른 것도 그 두려움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굴의 일부 구간은 현재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장의 허가 없이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보호 목적이라 설명되지만, 제한구역의 어두운 안쪽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극소수의 연구자만이 알 뿐이다. 굴 밖으로 나온 이들이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소문에 불과할 것이다.

수백만 년 전 지구 내부에서 분출한 열기가 만들어낸 이 공간이 지금도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니면 그 안에 갇힌 무언가가 숨을 참고 있는지 — 굴은 대답하지 않는다.

지질학적 숭고함, 원초적 암흑, 단절된 연속성, 지하의 침묵 용암동굴천연기념물제주거문오름동굴계김녕사굴만장굴공개제한구역무단출입금지
Kaidan 괴이 도감 소문 속 존재들을 한눈에.
보러가기

위치

이 기록에 오류가 있거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생각되면 다시 조사하기를 눌러주세요. 출처(위키백과)를 다시 확인해 내용을 갱신합니다. 기록당 하루에 한 번 가능해요.

출처: 제주 김녕굴과 만장굴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