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경 (銅鏡) — 얼굴을 기억하는 거울
동경 / ドウキョウ
청동은 녹슬어도, 그 안에 한번 담긴 얼굴은 녹슬지 않는다.
수천 년 전 장인들은 구리를 녹여 거울을 만들 때 석류나무 즙과 수은 아말감으로 표면을 닦았다. 그 공정 어딘가에서 — 혹은 처음 제사상에 올려진 순간부터 — 거울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뒷면에 새겨진 신상과 짐승 문양은 장식이 아니라 봉인이었다는 설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동경은 제사와 주술의 중심에 놓였다. 군주는 이것을 권위의 증표로 삼았고, 무당은 이것으로 혼령과 교신했다. 빛을 반사하는 면이 이승을, 문양이 새겨진 뒷면이 저승을 향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록에는 오래된 동경을 함부로 뒤집으면 새겨진 짐승이 꿈속에 나타난다고 적혀 있다.
특히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다 발굴된 동경을 두고 수집가들 사이에서 불길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표면을 닦아내면 현재 자신의 얼굴이 아닌, 낯선 누군가의 윤곽이 먼저 비친다는 것이다. 오래 들여다볼수록 그 얼굴이 또렷해진다고 한다.
경사(鏡師), 즉 거울을 만드는 장인은 작업 중 절대 자신의 얼굴을 거울 면에 비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주조가 완성되기 전에 자신의 형상이 담기면, 거울이 그 혼을 붙들어 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도읍의 장인을 뜻하는 경사(京師)라는 명문이 새겨진 거울 중 일부는 지금도 행방을 알 수 없다.
지금도 고미술 시장에서 뒷면 문양이 반쯤 지워진 동경이 가끔 나돈다. 문양이 지워진 것이 아니라, 안에서 무언가가 긁어낸 흔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거울을 구입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남긴 말이 있다 — 밤에 거울을 천으로 덮어두어도, 아침이면 천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출처: 동경 (거울)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