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신할미
삼신할미 / 三神할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안방 가장 따뜻한 자리에는 이미 누군가 먼저 앉아 있다.
출산의 신이자 운명의 직조자. 삼신할미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그 숨결을 쥐고 있다 전해진다. 이름의 '삼(삼)'은 포태(胞胎), 곧 생명을 품는 행위 그 자체를 가리킨다는 설이 있으며, 셋이라는 숫자와 겹쳐 읽히는 것은 우연인지 의도인지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자리한다. 하나의 신이되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존재. 안방 한구석, 종이로 봉한 단지 안에 쌀이 가득 담겨 있다면, 그 집에는 삼신할미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매듭은 반드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묶인다—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묶음 자체가 보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난 집 대문에는 금줄이 걸린다. 이것은 바깥 세계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삼칠일 동안 방 안에서 무언가가 아이 곁을 지킨다는 사실에 대한 묵인이기도 하다. 산모조차 그 존재를 직접 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전해진다.
구전 신화에서 삼신할미의 전신은 하늘에서 내려온 처녀, 당금애기다. 그녀는 동굴 속에서 홀로 삼신을 낳았고, 그 행위가 이 땅 위 모든 생명의 기원이 되었다.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그녀의 품 안에 있으며, 이후에야 칠성신—큰곰자리의 별들—에게 인계된다. 그 경계의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해지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소문은 이어진다. 아이 없는 여인이 갓 출산한 어머니의 밥상을 함께 받으면 복이 옮겨온다 하고, 관에 닿았던 천을 몸에 두르면 생명이 깃든다는 말도 남아 있다. 삼신할미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삶을 건져 올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제주의 어떤 집에서는 명절 아침,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에 밥 한 그릇을 놓는다. 그것이 예의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여전히 유효한 계약인지—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뿐이다.
출처: 삼신할미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