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군 (谷城郡)
곡성군
통곡 소리로 이름 붙은 땅에서는, 아직도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고 한다.
섬진강이 산맥 사이를 구불구불 빠져나가는 분지. 서쪽으로는 700미터가 넘는 고봉이 어깨를 막아서고, 동쪽으로는 낮고 평탄한 들판이 열려 있다. 지형 자체가 하나의 그릇처럼 오목하게 패인 이 땅을, 오래전 사람들은 '욕천(浴川)'이라 불렀다. 무언가를 씻어내는 강, 혹은 씻겨 내려가는 것들의 강.
고려 시대 장사꾼들은 이 고을을 지날 때마다 통곡을 했다고 전해진다. 길이 험하고 교통이 막혀 눈물 없이는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한때 이름이 '곡성(哭聲)', 즉 '우는 소리'였다. 지명이 사람을 부르는지, 사람이 지명을 만드는지 — 그 경계는 이 고을에서 유독 흐릿하다.
이름은 이후 '곡성(穀城)'으로, 다시 '곡성(谷城)'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의 청원으로 바꿨다고 하나, 소리는 끝내 같다. 어떻게 써도 입 밖에 내면 '곡성(哭聲)'처럼 들린다고 이 지역 노인들은 말한다. 글자만 바뀌었을 뿐, 땅이 품은 울음은 바뀌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현 자체가 폐지되어 지도에서 한 번 지워진 땅이기도 하다. 행정 단위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름이 없어진 몇 해 동안, 이곳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워진 땅에 남겨진 이들의 기억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오늘날에도 곡성을 처음 찾은 이방인 중 일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강바람 탓이라고, 산이 깊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달래지만 — 이 땅의 이름이 수백 년째 품고 있는 그 소리가, 방문자의 가슴 어딘가를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곡성은 지금도 조용히, 울고 있다.
출처: 곡성군 — 위키백과 (ko.wikipedia.org). 본 사이트가 각색·재구성. 라이선스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