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아는 애한테 직접 들은 건데.
춘천 퇴계동에 투탑시티라고, 아는 사람은 알잖아. 오래된 폐건물. 십몇 년 전에 랜드마크 될 거라고 엄청 기대했다가 부도나서 그냥… 그대로 세워둔 거라대. 공사 멈춘 채로 골조만 덩그러니. 창문도 없는 층이 있고, 외벽은 군데군데 뜯겨있고. 지금도 퇴계동 쪽 가면 멀리서 딱 보인다더라고, 그 거대한 게.
근데 내 친구 고등학교 동창 중에 담력 센 척하는 남자애들이 있었대. 작년 여름이었나, 셋이서 밤에 거기 지하 주차장 쪽으로 들어갔다는 거야. 어디선가 철망이 휘어져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그게 지하 2층인지 3층인지.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났대. 비린 것도 아니고, 썩은 것도 아닌데… 뭔가 오래된 시멘트 냄새에 물 고인 냄새 섞인 거? 근데 그거랑 같이, 뭔가 달짝지근한 냄새가 났다는 거야. 그게 제일 이상했대. 폐건물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날 게 뭐가 있겠어.
그래도 핸드폰 후레쉬 켜고 깔깔거리면서 들어갔는데, 한 친구가 소변이 마렵다고 구석으로 갔대. 나머지 둘은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다가 갑자기 그 구석에 간 애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야 뭐해, 빨리 와, 하고 불렀는데 대답이 없는 거지. 후레쉬 비추니까 그 애가 벽 보고 서 있는 거 보였대. 꼼짝도 안 하고.
가서 어깨 잡으니까 그제서야 돌아봤는데, 얼굴이 하얬대. 진짜 새하얗게 질려가지고. 무슨 봤냐고 물으니까 처음엔 말을 못 하다가, 한참 있다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벽에 손자국이 있었대.
이게 뭔 소리냐고, 폐건물에 손자국이야 있을 수도 있지, 했는데. 근데 그 손자국이 그냥 손자국이 아니라, 벽 안쪽에서 밀어낸 것처럼 시멘트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다는 거야. 손가락 다섯 개 형태가 뚜렷하게.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죽 이어지면서.
그 애가 후레쉬 비추고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그 볼록 튀어나온 손자국 중에 하나가 따뜻했대.
만졌거든. 손으로.
폐건물 지하, 한여름 밤인데도 전체적으로 서늘한 공기 속에서, 그 시멘트 손자국 부분만 체온처럼 따뜻했다는 거야.
셋이서 거기서 뛰쳐나왔고, 그 이후로 그 친구가 한동안 손을 잘 못 썼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확인은 못 했어.
근데 있잖아, 내가 진짜 소름 돋았던 건 그게 아니라.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 투탑시티 공사 중단될 때 사고가 있었다고 하거든. 인부 중에 누가 거푸집 안에서… 뭐 그런 얘기가 있다고 하더라고. 확실하진 않아. 근데 거푸집이 뭔지는 알잖아. 시멘트 붓기 전에 틀 잡는 거.
그 안에 뭔가가 같이 부어진 채로 굳었다면.
지금도 그 벽이 그대로 있다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