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들은 건데, 아는 언니 친구 얘기라서 확실하진 않지만 — 근데 들은 순간부터 심야버스 못 타겠더라고. 진짜로.
남포동 쪽에서 심야버스 탔던 여자 얘긴데, 그게 한 두 시 넘어서였대. 주말도 아니고 평일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 가로등이 하나 깜빡거리고 있었다고 하더라, 끊길 듯 끊길 듯. 그 아래 혼자 서 있었대. 버스 오길 기다리면서 핸드폰 보고 있었는데, 버스가 딱 오니까 타자마자 안에 사람이 거의 없는 거야. 맨 뒤에 아저씨 하나, 중간에 할머니 한 분. 그게 다였대. 여자는 중간 즈음에 창가 자리에 앉았다고 해.
처음엔 몰랐대. 그냥 피곤하니까 창밖 보면서 멍하니 있었는데, 목 뒤가 이상하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거야. 뭔가 시선이 꽂히는 느낌. 아 있잖아, 그 느낌 있잖아.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자꾸 뒷목이 간질거리는 그거. 슬쩍 돌아봤더니 — 맨 뒤 아저씨가 자기를 보고 있더래. 눈이 마주쳤는데 안 피하는 거야. 그냥 계속 보고 있는 거지. 여자가 먼저 시선 돌렸는데, 창에 반사돼서 보이잖아, 그 유리에. 내렸다 올렸다 보니까 그 남자 시선이 계속 자기한테 고정돼 있는 거야. 아무 표정도 없이.
불안하니까 빨리 내려야겠다 싶어서 자기 정류장 딱 됐을 때 벨 눌렀대. 그런데.
딩동. 벨 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뒤에서 또 딩동.
그 남자도 벨 눌렀대.
소름 돋지 않아? 나 이거 처음 들었을 때 진짜 팔에 닭살 다 섰거든. 여자도 그 순간 온몸이 굳었다고 하더라. 심장이 귀에서 들릴 정도로 막 뛰고. 버스가 정류장 가까워지는데 발이 안 떼지는 거야. 어떡해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지는데, 자기도 모르게 기사 아저씨한테 걸어갔대. 목소리가 떨렸다고 해. "저기, 기사님… 다음 정류장 지나쳐도 되면 내려주실 수 있어요?" 그렇게 얘기했대. 작은 목소리로.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그냥 — 고개를 한 번 끄덕였대.
버스가 원래 정류장을 그냥 통과하더래. 쌩. 그리고 조금 더 가다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길 한 켠에 딱 세워주더래. 문 열리니까 여자는 바로 내렸고.
내리고서 반사적으로 돌아봤대. 버스 뒷유리 너머로 그 남자 보이는 거야. 버스가 다시 출발해서 원래 정류장에 서더래. 그리고 그 남자가 내리는 게 보이는데 — 두리번거리는 거야.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뭔가를 찾는 것처럼.
자기를 찾는 거잖아.
여자는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반대 방향으로 뛰었대. 신발 한 짝이 벗겨졌는데 그냥 뛰었다고. 맨발로 아스팔트 밟는 느낌이 차갑고 거칠었는데, 그게 오히려 정신을 들게 했대. 살아있다는 느낌. 뛰어, 뛰어야 해 — 그 생각밖에 없었다고.
나중에 그 언니 친구가 생각해보니까, 기사 아저씨가 백미러로 다 보고 있었던 거래.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면서. 그래서 말 안 해도 먼저 그냥 통과해줬던 거 아니겠냐고.
근데 있잖아. 내가 제일 무서웠던 부분이 뭔지 알아?
그 남자가 두리번거리다가, 마지막에 버스 떠나는 방향을 — 그러니까 여자가 내린 쪽을 — 한참 바라봤다고 하더라. 그냥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뭘 알고 있었던 건지. 아직도 그게 제일 소름 돋는다고, 그 언니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