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나 이거 처음 들었을 때 집에 걸어오면서 가로등 아래 설 때마다 멈췄다니까. 내 그림자 말고 다른 그림자가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 정도야, 이게.
들은 얘긴데. 아는 언니 친구가 직접 들었다는 거야. 그 언니가 원래 이런 얘기 엄청 덤덤하게 받아치는 사람이래. 귀신 얘기 해줘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는 스타일. 근데 이거 얘기할 때는 말하다가 스스로 멈췄다는 거야. 목소리가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 입을 다물었대. 한참. 그게 더 소름이었다고.
월미도 놀이공원, 폐장 전 얘기래. 여름, 칠월 중순쯤. 확실하진 않지만. 바다 짠내랑 어디선가 날아오는 튀김 기름 냄새가 뒤엉키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그런 낮이었대. 일곱 살짜리 여자애가 회전목마 보자마자 엄마 손을 탁 뿌리치고 뛰었다는 거야. 분홍 티셔츠에 양 갈래 머리. 엄마가 뒤돌아서 가방 지퍼 여는 데 몇 초도 안 걸렸대. 진짜로, 몇 초. 근데 고개 들었을 때 — 없어. 그 분홍 색이면 사람 틈에서도 보여야 되잖아. 근데 그냥 쏙, 없는 거야.
경찰이 폐쇄회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뒤졌대. 애가 회전목마 쪽으로 뛰어가는 건 나와. 화면 정중앙으로 분홍 티가 달려들어 오고 있어, 분명히. 근데 다음 프레임에서 — 없대. 잘린 것도 아니고 화면 밖으로 빠져나간 것도 아니야. 배경이 그대로인데 애만 지워진 거래. 화소 하나 흔들림도 없이. 그냥 없어.
엄마는 거기를 못 떠났대. 그날 이후로 매일 회전목마 앞에 서서 기다렸다는 거야. 한 시간, 두 시간. 소나기가 와도 안 들어갔대. 운동화가 흠뻑 젖어서 발 뗄 때마다 찔꺽찔꺽 소리 날 때까지. 누가 가서 들어가시라고 해도 목마만 보고 있었대. 눈을 못 떼는 것처럼.
근데 있잖아. 진짜 무서운 건 거기서부터야.
밤에 그 앞 지나가는 사람들 얘기가 다 똑같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따로따로, 하나같이 같은 걸 들었다는 거야. 문 닫힌 시간에, 자물쇠 채워진 철망 너머에서. 삐거덕, 삐거덕. 목마 돌아가는 소리. 근데 그냥 삐걱이는 게 아니래. 녹슨 쇳덩이에 뭔가 무거운 게 실린 것처럼, 느리고 규칙적으로. 한 칸, 한 칸.
그 소리 위에서 — 애가 웃는대.
울음이 아니야. 깔깔깔, 진짜 신나게. 방금 막 올라탄 것처럼. 그 웃음소리가 철망 사이로 새어나온다는 거야.
어떤 남자가 용기 내서 가까이 갔대. 철망에 손가락 걸치고 안을 들여다봤다는 거야. 아, 근데 이 부분에서 나 진짜 말하기가… 잠깐만. 그 남자, 그날 이후로 그 얘기를 일절 안 한대. 뭘 봤냐고 물으면 말을 돌리거나, 아니면 딱 한 마디만 한대.
웃음이 멈췄다고.
소리가 멈췄다는 게 아니잖아. 웃음이 멈췄다는 거잖아. 그 사람이 철망에 얼굴 들이밀었을 때 — 웃음이 멈췄다는 거잖아.
근데 있잖아. 내가 진짜로 소름 돋은 건 그것도 아니야.
그 엄마 있잖아. 매일 목마 앞에 서 있던. 나중에 누가 봤을 때 엄마도 없었대. 언제부터 안 나타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야. 그냥 어느 날부터 — 없어.
그 뒤로 철망 너머 웃음소리가 두 개 들린다는 얘기가 있어. 하나는 높고, 하나는 낮게. 두 개가 같이. 삐거덕, 삐거덕 —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 위에서.
확실하진 않아. 그냥 그렇게 떠도는 얘기야. 근데 있잖아. 나는 그 두 개짜리 웃음소리가 자꾸 머릿속에서 안 지워져. 높은 게 애고 낮은 게 엄마인 거잖아. 둘이 같이 — 신나게 웃고 있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