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지금 몇 시예요?
괜찮아요.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탑골공원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탑골공원 자체가 아니라, 그 뒤로 돌아가는 골목 얘기예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로 한복판인데 거기만 들어서면 공기가 좀 달라진다고들 하죠. 낮에도요. 한낮에 햇볕이 쨍한데도, 그 골목 어귀에만 들어서면 목덜미가 서늘해진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이게 그냥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그쪽 골목을 자주 다니던 분이 있었다고 해요. 사십 대 초반 남자분인데, 이름은 그냥 K씨라고 할게요. 출판사가 근처에 있어서 퇴근길에 자주 그 뒷길로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녁, 딱 여름 초입이었대요. 해가 아직 남아있는 일곱 시쯤이었는데, 길 한쪽에 여자가 서 있었다는 거예요.
특별한 것도 없었대요. 그냥 서 있었어요. 담벼락 쪽에, 얼굴을 약간 숙이고. 옷도 평범한 여름 원피스였고요. 근데 K씨가 옆을 지나치는 순간, 냄새가 났다고 해요. 향 냄새. 절에서 나는 그런 향 냄새가 아니라, 좀 더 오래되고 눅눅한, 오래된 나무 타는 냄새 같은 거요. 여름 저녁에 그 골목에서 그 냄새가 나니까 K씨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다시 봤대요.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고 합니다.
K씨가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해요. 웃고 있었는데, 웃음이 끝나는 데가 없었다고.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눈이 그냥 K씨를 보고 있었는데, 뭘 보는 건지 모르겠더래요. 초점이 K씨 얼굴에 있는 게 아니라, K씨 어깨 너머 어딘가를 보는 것 같은데, 몸은 분명히 K씨 쪽을 향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K씨는 그냥 걸었대요. 빠르게.
근데 이상한 건, 그날 밤 집에 들어와서 재킷을 벗는데, 어깨 한쪽이 축축했다고 해요. 땀인가 싶었는데, 반대쪽은 멀쩡하고, 그쪽만. 그리고 그 축축한 데서 아까 그 냄새가 났다고 해요. 나무 타는 냄새.
K씨는 그 재킷을 그날 버렸다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얘기를 전해준 분이 말하기를, 그 골목 일대가 조선 시대에 원각사라는 절터였다고 해요. 연산군 때 절이 불타고, 그 뒤로 수백 년을 버려진 땅이었대요. 서울 한복판인데 으슥하고 수풀이 우거진 곳이 거기밖에 없으니까,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거죠. 사랑을 숨겨야 했던 사람들,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 그러다 거기서 죽은 이들도 생겼고요.
언젠가 그 골목 사정을 좀 안다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거기 것들은 좀 달라서, 보통 귀신은 자기가 죽은 자리에 붙어 있는데, 그 뒷길 것들은 지나가는 사람한테 잠깐씩 올라탄다고. 어깨에. 대낮에도.
그냥 잠깐 태워달라는 건지.
아니면 어디 가고 싶어서 그런 건지.
그건 모르겠어요.
다만 여러분, 오늘 퇴근길에 어깨 한쪽이 이유 없이 무겁거나, 어디서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스치면, 그냥 모른 척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돌아보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