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기억하는 것
※ フィクション。地図の噂とは別物です。

거울은 정말 싸게 올라와 있었다. 앱을 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급처' 태그, 그리고 원목 프레임 전신 거울 사진 세 장. 판매자 아이디는 '이사준비중'이었고, 정가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가격이 달려 있었다. 박윤서는 새 아파트 안방에 딱 맞겠다고 생각하며 바로 채팅을 눌렀다. 판매자는 답장이 빠른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를 먼저 물어봤다. "혼자 사세요?" 윤서는 잠깐 이상하다 싶었다가, 배송 무게 때문에 묻는 거겠거니 했다. "아니요, 남편이랑 딸이랑 셋이요." 판매자의 답장은 그로부터 삼십 분 뒤에야 왔다. "…그러시군요. 조심하세요." 그게 마지막 메시지였다.
거울은 이틀 뒤 기사님 두 분이 들고 왔다. 높이 180센티미터, 가로 60센티미터의 묵직한 물건이었다. 원목 프레임은 짙은 밤나무 빛이었고, 모서리마다 꽃잎처럼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딱 봐도 오래된 것이었다. 안방 창문 맞은편 벽에 세워두자 방이 훨씬 넓어 보였다. 남편 재호는 "이거 좋은데"라고 했고, 초등학교 삼 학년인 딸 하늘이는 거울 앞에서 한참 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방에서 나갔다.
첫 번째 일은 재호에게 생겼다. 거울을 들인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재호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었다. 회사를 쉬어야 했고, 병원비에 교통비에 갑자기 쓸 돈이 생겼다. 재호는 그냥 운이 없었던 거라고 했고, 윤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다음 주, 하늘이가 급성 중이염으로 고열을 앓았다. 병원에서 처방약을 받고 나오는 길에 윤서는 문득 거울 판매자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조심하세요.' 아무것도 아닌 말이었다. 분명히.

세 번째 일이 생겼을 때 윤서는 더 이상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것이었다. 고혈압이 있었지만 평소엔 약을 잘 챙겨 드시던 분이었다. 윤서는 어머니 병실에 앉아 있다가 핸드폰으로 거울 판매자 채팅방을 다시 열었다. '이사준비중'은 탈퇴한 사용자였다. 프로필도, 과거 거래 내역도 전부 사라져 있었다. 윤서는 거울 사진을 저장해둔 게 없나 갤러리를 뒤졌다. 받아온 사진 세 장 중 두 번째 사진 — 거울 표면을 정면으로 찍은 것 — 에 윤서는 그제야 뭔가를 발견했다. 처음 볼 때는 그냥 빛 번짐이라고 생각했던 것. 사진 속 거울 안쪽 중앙에, 사람의 얼굴 윤곽 같은 것이 희미하게 맺혀 있었다. 판매자가 찍었을 때 방 안에 혼자였다면, 그건 판매자 얼굴이 찍혀야 맞았다. 하지만 그 형체는 카메라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무언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자세였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윤서는 안방 거울 앞에 섰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고, 재호는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고, 하늘이는 방에서 자고 있었다. 형광등 빛 아래 거울은 그냥 거울이었다. 윤서의 얼굴이 있었고, 윤서 뒤로 침대와 협탁과 커튼이 있었다. 윤서는 한참을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서려는 순간, 거울 속 윤서의 눈이 — 실제 윤서가 눈을 깜빡이기 전에 — 먼저 깜빡였다. 윤서는 얼어붙었다. 다시 봤을 때 거울은 아무렇지 않았다. 전등 탓이겠지,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그러나 윤서는 그날 밤 안방에서 자지 못하고 하늘이 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다음 날 윤서는 인터넷을 뒤졌다. 거울에 관한 미신, 오래된 거울에 깃드는 것들, 거울을 치우는 법. 대부분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한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경험을 올린 글을 발견했다. 작성자는 중고 거울을 들인 뒤 가족 중 누군가가 매주 한 명씩 병원 신세를 졌다고 했다. 글 말미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거울 원래 주인이 혼자 사는 노인이었어요. 돌아가신 분이요. 유품 정리하면서 나온 거래요. 거울이 마지막까지 그분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새 얼굴들을 받아들이질 못하는 것처럼요." 댓글은 없었다. 글은 이미 삼 년 전에 작성된 것이었다.

윤서는 거울을 버리기로 했다. 재호를 설명해 설득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재호는 황당하다고 했지만, 윤서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들은 토요일 아침 일찍 거울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내다 놓았다. 거울을 안방에서 꺼내는 내내 윤서는 거울 면을 보지 않았다. 벽 쪽으로 돌려서 끌고 나갔다. 분리수거장 한 귀퉁이에 세워두고 올라오면서 윤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유리문 너머로 분리수거장이 보였고, 거울이 보였고, 거울은 — 벽을 향해 세워뒀는데도 — 거울 면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주 일요일 오후,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분리수거장에 놓인 거울을 다른 입주민이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놓아두면 안 된다는 안내 전화였다. 윤서는 수화기를 쥔 채 잠시 말이 없었다가, 누가 가져갔는지 물었다. "303호 분이요. 마침 지나가다 보시고, 멀쩡한 거울을 버리는 게 아깝다고 하셨어요."

윤서는 그날 밤 303호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에 손가락을 댔다가, 오래도록 누르지 못했다. 뭐라고 말한다? 그 거울 돌려주세요, 제가 버렸지만 사실은 뭔가 이상한 물건이에요, 당신 가족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문 너머에서 아이 웃음소리가 들렸다. 작고 맑은 소리였다. 윤서는 결국 손을 내렸다. 아무 근거도 없잖아,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우연이었을 거야. 다 우연이었을 거야.
집으로 돌아와 안방 불을 켰다. 거울이 있던 자리에는 벽지만 남아 있었다. 윤서는 그 자리를 한참 바라봤다.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거울이 없는 그 텅 빈 벽이 — 여전히 무언가를 비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윤서는 불을 끄고 방에서 나왔다. 복도를 지나는데 하늘이 방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잠꼬대인지, 혼잣말인지. "거울 언니가 이사 갔어." 윤서는 문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굳었다. 하늘이는 그 이후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윤서는 문을 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303호 문이 열렸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눈이 마주쳤고, 여자는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 이 층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요." 짧은 인사였다. 엘리베이터가 왔고, 둘은 나란히 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윤서는 여자의 현관문 너머 벽면을 보았다. 원목 프레임의 전신 거울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거울 속에, 현관을 향해 고개를 든, 윤곽만 남은 형체가 — 아직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 윤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