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부산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영도다리 아시죠. 그 다리 남쪽 끝 쪽에, 예전에 점바치 골목이라고 불리던 데가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는 아직도 뭔가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돌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쪽 일대를 오래 돌아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는 이야기라서요.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부산 토박이라는 사람이 있었대요. 나이는 한 사십 중반쯤 됐을까,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됐을 때였대요. 오래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셨는데, 마지막에 제대로 얼굴도 못 봤다고,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그날 밤,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이 차를 몰다가 영도다리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해요. 자정이 좀 넘었을 때였대요. 다리 아래 강변 쪽 도로에 차를 세우고, 그냥 앉아 있었다는 거예요. 창문을 조금 내렸는데, 바다 쪽에서 바람이 들어왔대요. 그 바람이 이상하게 차가웠대요. 계절이 늦가을이었다고는 해도, 그냥 차가운 게 아니라 뭔가 눅눅한 냄새가 같이 왔다는 거예요. 오래된 옷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뭐랄까, 낡은 천을 꺼냈을 때 나는 그 퀴퀴하면서도 무거운 냄새였대요.
그냥 거기 앉아서 멍하니 다리 쪽을 보고 있었는데.
다리 아래 콘크리트 교각 옆에, 사람이 서 있었다는 거예요. 멀지 않았대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닿는 자리였는데, 그냥 서 있더래요. 움직이지도 않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어두운 색 옷을 입은 사람 형태가 거기 있었다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늦은 밤에 산책하는 사람인가 했대요. 근데.
그 사람이 뭔가를 들고 있었대요. 한 손에.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가로등 불빛이 한 번 깜박이는 순간에 또렷하게 보였다고 해요.
종이였대요. 흰 종이를. 두 손으로 앞에 들고 있었대요.
그리고 그 종이에, 이름이 적혀 있었대요.
자기 어머니 이름이요.
이 사람이 그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저도 말로 잘 못 옮기겠어요. 당사자는 그냥 숨이 막혔다고 했대요.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을 친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는 거예요. 손이 떨렸고, 목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왔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대요.
그 형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고 해요. 이쪽을 봤다고 해요.
얼굴은 못 봤대요. 빛이 거기까지 안 닿았으니까.
그 다음에 어떻게 됐냐고요. 이 사람이 결국 차를 켜고 도망치듯 나왔다고 해요. 나중에 그날을 떠올리면서 했던 말이, 그 종이가 제일 무서웠다고 했대요. 형태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종이가. 왜냐면.
누군가 그 이름을 들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뭘 기다린 건지는 모르겠어요. 이 사람을요? 아니면 애초에 다른 누군가를요?
영도다리가 피란 시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약속 장소였는지 아시잖아요. 거기서 이름을 써들고 기다리다 끝내 못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됐겠어요.
들은 얘기로는, 지금도 그쪽에 늦은 밤에 혼자 가면 안 된다고들 해요. 특히 마음속에 못 다한 말이 있는 사람은요.
다리가 너무 많은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서, 가끔 헷갈린다는 거예요.
당신 이름이랑 비슷한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