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얘기는... 강남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 얘기입니다.
어디라고 딱 집어 말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강남에서도 꽤 이름 있다는 주상복합 단지라고 들었어요. 로비에 대리석 깔려 있고, 경비실도 있고, 주차장에 외제차가 즐비하다는 그런 곳. 확실하진 않지만, 한때 연예인이며 사업가들이 꽤 들고 나갔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거기 보안 요원들 사이에서 은근히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사 층, 또는 사로 끝나는 그 층, 그 라인은... 가능하면 용무가 없으면 가지 말라고. 특히 야간 순찰 돌 때 그 복도는 빨리 지나치라고. 왜 그런지는 처음엔 잘 안 가르쳐 준대요. 그냥 어깨너머로, 조용히.
들은 얘기인데요.
몇 년 전에 그 라인에 새로 들어온 경비 아저씨가 있었대요. 오십 대 중반쯤 됐다고 하더라고. 야간조였고, 혼자 순찰 도는 게 일이었는데, 그분이 어느 새벽 두 시쯤, 그 층 복도를 지나고 있었대요.
별일 없었다고 해요. 그냥 형광등이 한쪽 끝에서 깜빡이고, 바닥 왁스 냄새가 진하게 올라오고. 그런데 복도 중간쯤 왔을 때, 어디선가 냄새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왁스 냄새가 아니라... 뭔가 달짝지근한 냄새. 좀 눅진한 것 같기도 하고. 나중에 그분이 동료한테 그 냄새를 묘사했는데, 딱 한 마디 했대요.
"병원 냄새 같았어. 근데 꽃 냄새도 섞여 있었어."
그게 무슨 냄새인지...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문상 가면 나는 그 냄새.
근데 그 순간, 그분 발이 멈췄대요. 저도 모르게. 그 호수 문 앞에, 누가 서 있었다는 거예요.
등을 보이고 서 있었대요.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조그맣고 어두운 형체. 새벽 두 시에, 복도에, 그냥 서 있었다고.
아저씨가 "실례합니다" 하고 한 발 내딛는 순간, 그 형체가 고개를 돌렸대요.
얼굴이 없었다는 게 아니에요. 얼굴은 있었대요. 근데 그게 더 무서웠다고 했어요. 그냥 평범한 얼굴인데, 눈을 감고 있었다고. 서 있는데, 눈을 감고 있었다고.
그리고 뭔가 중얼거렸대요. 목소리는 들렸는데,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고. 그냥 낮고 느린 소리가 귀 옆에 와서 붙는 느낌이었다고.
그분, 그날 이후로 그 단지에서 일 안 했다고 합니다. 사직서 냈다고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호수에서는 꽤 짧은 기간 동안 입주자가 여러 번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한 분은 들어온 지 몇 달 만에 갑자기 쓰러졌고, 그 다음 분은 사업이 완전히 기울었다고. 무속인 불렀다가 그 무속인도 중간에 나가버렸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유는 안 말하고.
지금도 그 호수에 누군가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하진 않아요.
다만... 그 복도를 지나다가 괜히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면, 발걸음 빨리 하는 게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눈 감은 채로 뭔가 기다리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