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말이여… 아, 옛날도 아니고 요 근래 얘긴데, 들은 얘긴데 — 확실하진 않지만 춘천 쪽 말고개 터널 있잖여. 5번 국도 타고 가다 보면 나오는 그 터널. 거기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이.
한 삼사 년 됐나. 어느 늦가을이라 하대. 서울서 춘천으로 혼자 내려오던 총각이 있었는데, 이름은 뭐 모르지. 그냥 지인 지인의 지인이라고 들었어. 그래가지고 그 총각이 밤 열한시쯤 됐나, 비도 보슬보슬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날 그 터널로 들어섰다는 거여.
터널 들어가면 알잖여. 갑자기 형광등 불빛이 노르스름하게 쭉 늘어서 있고, 바깥 빗소리가 딱 끊기면서 타이어 소리만 윙윙 울리는 거. 그 총각도 그랬대. 창밖 빗소리가 뚝 끊기고 타이어 소리만 벽에서 튕겨 나오는데 — 근데 그 사이로 뭔가 이상한 게 들렸다는 거여.
울음소리. 어린애 우는 것도 아니고, 여자 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뭔가가 흐느끼는 소리. 라디오도 꺼놨고 창문도 닫혀 있었는데, 그 소리가 뒤쪽 어딘가에서 들려왔다고 하대. 처음엔 터널 울림이겠거니 했다는 거여. 그래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래가지고 — 터널 딱 중간쯤 왔을 때여. 그 총각이 뭔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이. 젖은 흙 냄새. 비 맞은 흙도 아니고, 오래된 무덤 파놓은 것 같은 그런 — 차 안에서 갑자기 그 냄새가 확 올라왔다는 거여. 창문도 닫혀 있는데.
그래서 백미러를 봤대. 습관적으로.
근데 백미러에 뒷좌석이 비치잖여. 거기 아무도 없어야 되는데 — 하얀 게 앉아 있었다는 거여. 하얀 소복. 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머리카락이 얼굴을 다 덮고 있었는데,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고 하대. 아까 그 흐느끼는 소리 — 그 여자한테서 났던 거라는 거여.
그 총각이 그 순간 발이 브레이크를 밟으려다가, 아냐 밟으면 안 된다 싶어서 그냥 그대로 엑셀 밟고 달렸다고 한다이. 눈을 다시 백미러에 안 뒀다고. 그냥 터널 출구 불빛만 보고 달렸대.
터널 나오는 순간 창문 사이로 찬 바람이 확 들어오면서 — 냄새가 사라졌다고 하대. 뒤도 안 돌아보고 갓길에 차 세우고 한참을 손이 떨렸다는 거여.
나중에 지인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지인이 말했다는 거여. 말고개가 원래 옛날에 — 뭐 길손들 넘다가 많이 죽은 고개라는 말이 있다고. 터널 뚫리기 전부터 거기서 사람이 많이 죽었고, 터널 뚫린 뒤로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근데 있잖여 — 진짜 무서운 건 그게 아니여.
그 총각이 그날 밤 숙소 도착해서 짐 풀다가, 뒷좌석에 놓아뒀던 재킷을 꺼냈는데 — 재킷 어깨 쪽이 젖어 있었다는 거여. 밖에서 비를 맞은 것도 아니고, 차 안에 물이 든 것도 아닌데. 마치 누군가 그 위에 엎드려 오래 울다 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