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얘긴데 — 근데 말하는 사람이 너무 진지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거든. 확실하진 않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어느 고급 아파트 얘기야. 이름은 말 안 할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하더라고.
그 아파트가, 생긴 건 진짜 번듯해. 로비에 대리석 깔리고, 경비실도 깔끔하고, 딱 봐도 "여기 사는 사람 다르다" 싶은 그런 데래. 근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걔네끼리 쉬쉬하면서 "그 아파트 알지?" 하면 다 알아듣는다는 거야.
거기 몇 년 전에 꽤 잘나가던 여자 연예인이 입주했다는 얘기가 있어. 드라마 주연급이었다고. 이사하고 한 달도 안 됐는데, 갑자기 촬영장에서 쓰러졌대. 처음엔 과로래. 근데 이상한 게,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수치는 정상이었다는 거야. 멀쩡한데 얼굴이 계속 창백하고, 체중이 빠지고, 자꾸 멍하니 허공을 본다고 주변 스태프들이 그랬대. 결국 그 드라마 중도 하차했고, 그 뒤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더라.
그 얘길 해준 사람이, 그 아파트 경비 아르바이트를 잠깐 했다는 사람이래. 확인은 못 했어, 나도. 근데 그 사람이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아서.
그 사람 얘기론, 새벽 두 시에서 세 시 사이에 — 그 시간대에만 —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카펫 깔린 복도거든. 소리가 날 리가 없잖아. 근데 묵직하게, 천천히, 또렷하게 들린다고. 처음엔 그냥 윗집 소리겠지 했대. 근데 하루는 그 소리를 따라가봤대. 복도 끝까지 갔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막혀 있는 벽이야. 근데 그 벽 앞에 서는 순간, 공기 온도가 확 달라졌다는 거야. 한여름인데 입김이 나올 것 같은 — 그 냉기가 확 올라왔다고.
그것보다 더 이상한 건 냄새래.
향 냄새. 절에서 피우는 그 향 말고, 좀 더 달고 무거운 냄새. 사람 죽었을 때 빈소에서 나는 그 냄새 있잖아. 근데 그게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는 거야. 복도 전체에 퍼져 있는데, 환기구 열어봐도 없고, 문 앞마다 냄새 맡아봐도 한 군데서 나는 게 아니래.
근데 있잖아. 내가 제일 소름 돋은 게 뭔지 알아?
그 사람이 그날 새벽에 발소리 따라가서 벽 앞에 서 있었잖아. 식은땀 나고, 다리가 안 떨어지는 거야. 근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가 어깨를 짚었대. 진짜로. 손바닥 전체가 얹히는 그 느낌. 뒤돌아봤는데 — 아무도 없어. 텅 빈 복도야.
근데 어깨에 손 올린 그 온도가, 차갑지가 않았대.
따뜻했대.
그게 더 무서웠다는 거야. 차가우면 귀신이려니 했을 텐데, 살아있는 사람 손처럼 따뜻했던 거야. 그 사람 그날 바로 그만뒀대. 짐도 안 챙기고.
그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다들 하나씩 이상해진다는 소문은 지금도 도는 모양이야. 어떤 게 거기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 근데 그 따뜻한 손이 뭔지 — 그게 살아있는 건지, 아닌 건지 — 그게 나는 아직도 생각하면 잠이 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