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건데, 나도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 잠깐만, 순서대로 얘기할게.
제주 서귀포 쪽에 돈내코라고 있잖아. 계곡이랑 야영장 있는 데. 거기 야영장 올라가는 길목에 묘지가 있대. 그 묘지가 꽤 오래됐다고 하더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근데 현지 사람들은 그 일대를 그냥… 터가 세다고 표현한대. 편의시설도 별로 없고, 주변에 집도 잘 없고. 왜 그런지는 아무도 딱 잘라 말 안 한다는데, 그냥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피한다고 하더라고.
들은 얘긴데, 거기서 야영했던 사람 얘기야. 혼자 간 건 아니고, 친구 셋이서 텐트 치고 자다가 — 그날따라 비가 조금씩 내렸다고 해. 늦가을이었나, 어쨌든 계곡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났대. 근데 그 친구 중 한 명이, 자다가 갑자기 일어났대. 새벽 두 시쯤이라고 했나. 왜 일어났냐면 — 누가 웃는 소리가 들렸대. 텐트 바로 옆에서. 여자 웃음소리.
처음엔 다른 야영객인가 했다는 거야. 근데 그 시간에 다른 텐트는 없었거든. 걔 혼자 그 소리 들었고, 나머지 둘은 쿨쿨 자고 있었대. 그냥 꿈이겠거니 하고 다시 눈 감았는데… 발이 움직였대. 자기 발이. 본인이 움직인 게 아닌데 발이 먼저 일어서는 느낌, 그게 뭔지 알아? 나는 모르겠는데, 걔 표현이 그랬어. 발이 먼저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그래서 일어나서 텐트 지퍼 잡고 버텼대. 손에 힘주면서. 그 순간 웃음소리가 딱 끊겼다고 하더라고. 근데 그게 더 무서웠다고 했어. 소리가 날 때보다 딱 끊겼을 때가.
그건 여자 귀신 얘기고, 남자 귀신은 — 이건 진짜 소름인데. 거기 묘지 쪽으로 올라갔다가 뭔가를 봤다는 사람 얘기가 있대. 확인된 건 아닌데, 꽤 여러 사람한테서 비슷하게 돌아다니는 얘기야. 비 오는 날 밤에 묘지 근처를 지나쳤는데, 빗소리밖에 없어야 하는데 — 발소리가 따라왔대. 자갈 밟는 소리. 근데 뒤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고. 걸음 빠르게 하면 발소리도 빨라지고. 멈추면 딱 한 박자 늦게 멈춘다는 거야.
한 박자 늦게.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모른대. 근데 그 발소리 들은 사람들 중에 멀쩡히 돌아온 사람이 있고, 그냥 흐지부지 얘기가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현지 사람들이 비 오는 날이나 밤에는 절대 거기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이유가 있다는 거지.
나는 직접 간 건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그 얘기 들은 날 밤에 잠을 잘 못 잤어.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자꾸 생각났거든. 한 박자 늦게 멈추는 그 발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