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인천 항구 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하나 해드리려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아요. 제가 직접 본 게 아니라, 그쪽에서 오래 살았다는 분한테 들은 얘기거든요. 그분도 친구한테 들었다고 했고.
인천 옛 부두 근처에,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창고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 있대요. 컨테이너 물류가 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면서 거기 창고들은 그냥 방치된 거죠. 녹슨 셔터에 페인트는 다 벗겨지고, 낮에도 좀 음침한 데라고 해요.
그 창고 골목에 이상한 게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오래됐대요. 항구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얘긴데, 딱히 이름 붙이기가 애매한 거라서 그냥 그림자 사냥꾼이라고들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 전 일이래요.
인천 토박이 청년이 있었는데, 부두 근처 작은 술집에서 새벽 두 시 넘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해요. 친구들은 먼저 가고, 혼자 남아서 꽤 마셨던 모양이에요. 그날따라 걸어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데, 평소에도 그 창고 골목을 지름길로 자주 다녔다고 하거든요. 낮에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날 밤은 달도 거의 없었대요. 바닷바람이 불긴 했는데, 이상하게 냄새가 없었다고 해요. 항구라면 당연히 짠 냄새, 기름 냄새, 뭔가 썩은 것 같은 냄새가 섞여 있잖아요. 근데 그날 밤 그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냄새가 뚝 끊겼대요. 공기가 진공처럼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술이 확 깰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청년은 걸음을 빨리하면서 골목을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소리를 들었대요.
질질 끌리는 소리.
신발 밑창이 콘크리트 바닥에 끌리는 소리인데, 발자국 간격이 좀 이상했다고 해요. 보통 사람이 걷는 리듬이 아니라, 한 발을 끌고, 한 발을 딛고, 또 끌고. 그 소리가 창고 사이 어딘가에서 들려왔는데, 위치가 계속 바뀌었다고 해요. 왼쪽이었다가, 오른쪽이었다가. 앞이었다가 어느 순간 뒤에서 들리는데, 뒤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죠.
청년이 발걸음을 멈췄을 때, 소리도 멈췄대요.
그리고 자기 이름을 불렀대요.
이 부분이 저도 좀 소름이 돋는 게, 성씨는 없고 그냥 이름만 불렀대요. 아는 사람 목소리도 아닌데, 그렇다고 모르는 목소리도 아닌 것 같았대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누군지는 모르겠는, 그런 목소리.
청년이 뒤를 돌아봤을 때.
창고 셔터 앞에 뭔가가 서 있었대요. 사람 모양이긴 한데, 서 있는 방식이 좀 달랐다고 해요. 무릎이 반대로 꺾인 것 같은, 팔 길이가 좀 긴 것 같은. 얼굴은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눈 부분만 빛이 없는 빛으로 반짝였대요. 빛이 나는 게 아니라, 주변 어둠이 그 눈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청년이 그 눈을 본 순간, 가슴 안쪽이 확 차가워졌대요. 손이나 발이 아니라, 안쪽이. 마치 뭔가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청년은 그 자리에서 뛰었대요.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뛰었다고.
뒤에서 그 끌리는 소리가 따라왔는지 안 따라왔는지는 모른대요. 뒤를 안 봤으니까.
그 뒤로 청년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어요. 이전에 집착하던 것들, 돈이든 어떤 관계든, 그런 것들에 아무 감각이 없어졌대요. 욕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욕심을 느끼는 부분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고 해요.
그게 더 무서운 거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그 창고 골목에서 뭔가 가져간 게 있다면, 그 사람이 거기 들어가기 전부터 갖고 있던 무언가라는 거잖아요.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청년도 모른다고 했대요. 그냥 없어진 거라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