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얘기가 하도 생생해서. 근데 말하다 보면 나도 또 소름 돋거든. 그러니까 조심해서 들어.
수원 행궁동, 화서문 근처에 점집들이 엄청 몰려 있는 골목 있잖아. 거기 아는 언니가 살았거든. 그 언니가 어느 날 나한테 전화를 해서는, 목소리가 진짜 이상한 거야. 떨리는 게 아니라 뭔가 납작한 목소리? 감정이 빠진 것 같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 어젯밤에 뭔가 봤어"래.
들은 얘긴데, 확실하진 않지만, 그 골목이 원래 팔달산 기운이 워낙 세서 무속인들이 일부러 모여들었다고 한대. 그냥 점집이 많은 게 아니라 진짜 영 센 땅이라고. 근데 더 소름 돋는 건 화서문이잖아. 그 문이 옛날에, 조선 시대 때, 성 안에서 시신 옮길 때 쓰던 문이래. 살아 있는 사람은 딴 문으로 다니고, 죽은 사람만 그 문으로 나갔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문 자체가 이미 산 자랑 죽은 자 경계에 있는 거잖아.
거기에다가, 조선 후기에 천주교 박해 때 그 동네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죽었대. 순교자들. 제대로 된 의례도 못 받고, 구천을 떠돌게 된 영혼들이 그 골목에 머문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걸 달래려고 무속인들이 굿을 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집이 더 늘어났다는 거야. 확인된 건 아닌데, 그 동네 오래된 무속인한테 물어보면 절대 부정 안 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언니 얘기로 돌아가서. 그날 밤 열두 시 넘어서, 언니가 편의점 다녀오다가 그 골목 지나게 됐대. 점집들이 다 닫혀 있고, 문마다 노란 부적이 붙어 있고. 조용한데 왜 이렇게 공기가 묵직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밑이 차가워졌대. 신발 신고 있는데 발바닥이 시린 게, 맨발로 시멘트 밟은 것처럼 차갑게 올라오는 거야. 그게 발에서 무릎까지 확 올라왔다고. 그러면서 냄새가 났대. 흙 냄새인데 그냥 흙이 아니라, 오래된 것, 젖은 것, 어딘가 달콤한 것이 섞인 냄새. 언니 말로는 그게 꽃 냄새 같기도 한데 뭔가 썩어 있는 꽃 냄새 같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화서문 아치 아래, 가로등 불빛이 닿는 경계 딱 거기에, 누군가 서 있었대. 윤곽만 보이는데 한복 같은 거 입고 있고,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문 안쪽을 보고 있는 건지 문 바깥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방향으로 서 있었다는 거야. 등인지 앞인지. 언니가 멈춰서 눈 깜빡했는데 없어. 근데 없어진 게 더 무서웠대. 갔으면 발소리가 나든가, 움직임이 있든가 해야 하는데 그냥 없는 거야.
그냥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언니는 그날 이후로 그 골목 안 다닌다고 하더라. 근데 내가 더 소름 돋았던 건 따로 있어. 나중에 그 동네 점집 중 한 군데 할머니 무속인이 하는 말이, 그 문 근처에서 가끔 방향을 잃은 것들이 아직도 서성댄다고. 산 쪽으로 가야 할지, 죽은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고, 그 경계에서 아직도 서 있다고.
어느 쪽인지 스스로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