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들은 건데, 그것도 그 동네 사는 사람한테서. 확실하진 않지만 서대신동 쪽에, 그 언덕배기 골목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 얘기야. 있잖아, 지붕이 낮고 처마가 길게 늘어진 그런 집. 지금도 사람이 사나 안 사나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집 이야기야.
들은 얘긴데… 그 집 마당 안쪽 구석에 우물이 하나 있대. 근데 그냥 우물이 아니라 뚜껑이 덮여있고, 그 위에 부적이 붙어있다는 거야.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뭔가 흘려쓴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누런 종이들이 겹겹이 붙어서, 비가 와도 안 떨어지게 끈으로 묶여있다고 하더라고. 확인한 사람이 있어. 직접 봤다고.
그 사람이 그랬어. 어느 늦가을 저녁에 그 골목을 지나다가 문이 열려있길래 그냥 안을 들여다봤대. 별 생각 없이. 근데 마당 저쪽에 그게 보이는 거야. 돌로 만든 우물 테두리가 이끼가 까맣게 낀 채로 있고, 뚜껑 위에는 그 부적들이. 근데 이상한 게, 그 날이 딱 음력으로 뭔가 특별한 날이었다는 거야. 확실하진 않은데 아마 백중 즈음이었다고 하더라고.
그 사람이 멈춰서 보고 있는데… 집 안쪽에서 무당이 나왔대. 근데 그게, 무당이 눈을 딱 마주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사람을 못 본 척 지나쳐서 우물 앞에 앉는 거야. 그냥 조용히. 말도 없이. 그리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는데, 소리가 이상했대. 목소리가 한 명인데 메아리처럼 겹쳐서 들리는 느낌? 아, 그게 더 무서웠다고 했어. 그 좁은 마당에서 소리가 왜 겹쳐서 들리냐고.
근데 그 사람이 거기서 도망을 쳐야 하는데 발이 안 떨어지는 거야. 그냥 서서 보고 있었대. 무당이 우물 부적 위에 손을 얹고, 뭔가를 부어 흘려보내는데… 그 순간에 우물 쪽에서 냄새가 났대. 흙 냄새인데 그냥 흙이 아니라, 오래된 물 고인 냄새, 젖은 나무 썩는 냄새가 섞인… 근데 그 사람이 그러는 거야. 그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온 게 아니라, 자기 코 바로 앞에서 갑자기 난 것 같았다고.
그때 무당이 딱 고개를 들었대. 자기 쪽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물을 보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를. 그리고 손을 들어서 천천히 우물 뚜껑을 쓸어내리는 거야. 그 누런 부적들 위를. 마치 누군가를 달래는 것처럼.
그 사람,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자기 손등에 손톱 자국 같은 게 두 줄 나있었대. 자면서 긁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방향이 반대였다는 거야. 안에서 바깥쪽으로 긁힌 자국처럼.
그 집, 아직도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부적은 지금도 붙어있대. 계속 새로 갈아붙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