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칸의 자리
※ Fiction. Separate from the map’s rumors.

매일 아침 7시 43분, 나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탄다.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가 왼쪽 끝자리에 앉는 것이 습관이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 생긴 루틴이었는데, 그게 벌써 2년이 넘었다. 그 루틴 안에는 그 남자도 있었다.
처음에는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항상 거기 있는 사람'이었다. 회색 패딩에 검은 백팩, 키는 평범하고 얼굴은 기억하기 어려운,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는 나와 대각선 방향,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적은 없었다. 그는 항상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어폰도 없이, 핸드폰도 꺼내지 않고. 그냥 앉아서 바깥을 보았다. 지하구간이라 창 너머로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내가 그를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건 11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열차가 유독 늦게 도착한 날, 나는 평소보다 두 정거장 앞인 교대역에서 탔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이미 그 칸에 타고 있었다. 같은 자리에. 창가 오른쪽.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창밖을 보면서. 나는 그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흘려보냈다. 어쩌다 일찍 탔겠지, 라고.
그런데 그다음 날, 나는 일부러 한 정거장 더 앞인 방배역에서 탔다. 실험처럼. 그리고 그 남자는 또 거기에 있었다. 같은 칸, 같은 자리, 같은 자세. 나는 그날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창쪽을 향하고 있어서, 나는 옆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창문에 희미하게 반사된 얼굴이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반사상이 선명하지 않았다. 열차가 흔들렸고 나는 시선을 내렸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나는 직장 동료 서진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서진도 강남역에서 같은 노선을 탔기 때문이었다. "회색 패딩에 검은 백팩 남자?" 서진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는데. 지하철에 그런 사람 많잖아." 나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항상 창가에 앉아서, 이어폰도 없이, 그냥 창밖을 보는. 서진은 "한번 눈여겨볼게" 했고, 나는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를 마지막으로 본 건 12월 11일 목요일이었다. 나는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그날 아침 나는 별 이유 없이 그의 자리를 사진으로 찍었다. 스마트폰을 들어 그냥 그 방향을 찍었다. 창가 자리, 회색 패딩 남자. 찍었다는 것만 기억했고, 사진은 그냥 갤러리에 쌓였다.
다음 날부터 그 남자가 없었다.

처음에는 감기에 걸렸나 싶었다. 이틀, 사흘.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슬슬 불안해졌고 서진에게 또 물었다. "너도 요즘 못 봤지?" 서진이 나를 조금 이상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나 그 사람 본 적 없는데? 네가 설명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나는 그때 갤러리를 열었다. 12월 11일로 가서 그날 아침 사진을 찾았다.
사진은 있었다. 분명히 찍었고, 파일도 존재했다. 하지만 사진 속 창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빈 좌석과 창문과 터널의 어둠. 나는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12월 11일 07시 51분. 맞았다. 나는 분명 그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는데, 사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이상한 방식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개인이 요청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었다. 혹시 같은 칸에 타던 다른 승객 중 그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말을 걸 방법이 없었다. 나는 그의 이름도, 직업도, 어느 역에서 내리는지도 몰랐다. 그저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이라는 것밖에.
서진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서진은 빈 자리를 보더니 "여기 찍은 거야?" 했다. 나는 그 자리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서진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있잖아, 나 사실 네가 그 얘기 처음 꺼냈을 때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 2년 동안 너랑 같은 시간 같은 노선 탔잖아. 근데 그런 사람 본 기억이 진짜 없거든. 한 번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월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7번 칸을 탄다. 세 번째 문, 왼쪽 끝자리. 그 자리는 내 것이고, 대각선 오른쪽 창가 자리는 이제 항상 비어 있다. 가끔 다른 사람이 앉기도 한다. 출근길에 졸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안도하다가, 동시에 이상하게 불안해진다.
오늘 아침에는 그 사진을 다시 열어봤다. 12월 11일 07시 51분. 빈 좌석, 창문, 어둠. 나는 사진을 확대했다. 창문에 반사된 차 내부가 흐릿하게 보였다. 승객들의 윤곽, 손잡이, 형광등. 그리고 창가 자리 쪽 유리에 뭔가 희미하게 맺혀 있었다. 나는 최대로 확대했다. 픽셀이 뭉개져서 선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창을 향해 앉은 누군가의 옆모습 같은 것. 유리에 비친, 반사된, 그림자 같은.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열차는 지하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창 너머는 어두웠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문득, 내가 2년 동안 매일 창밖을 바라보던 그 남자를 보면서, 그가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지하구간의 어둠 속에서 그가 보던 것.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나는 시선을 창에서 거두지 못한 채, 열차가 다음 역으로 들어설 때까지 그냥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