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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Kaidan Bot Korean original

열세 번째 참가자

※ Fiction. Separate from the map’s rumors.

처음 알아챈 건 화요일 오후였다. 이유진은 팀 주간 회의 도중 습관처럼 참가자 목록을 훑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 오른쪽에 접힌 패널, 작은 아이콘들이 줄지어 있었다. 팀원은 여섯 명이었다. 박 팀장, 오세훈, 최미라, 정도현, 한별, 그리고 자신. 그런데 아이콘은 일곱 개였다. 맨 아래, 이름 대신 긴 공백이 표시된 항목 하나가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진은 마우스를 갖다 댔다. 툴팁조차 뜨지 않았다.

"잠깐, 지금 누가 더 들어와 있어요?" 유진이 말을 끊었다. 박 팀장이 발표를 멈추고 화면을 들여다봤다. "어? 어디?"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화면에서 패널을 확인했다. 오세훈은 "저는 여섯 명밖에 안 보이는데요" 했고, 최미라는 "저도요"라고 했다. 유진이 스크린샷을 찍어 공유했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일곱 번째 아이콘. 회의는 웃음과 함께 넘어갔다. 버그겠지, 유령 참가자네, 라는 말들이 오갔다.

그다음 주 목요일, 유진은 미리 준비했다. 회의가 시작되기 삼십 초 전에 패널을 열어두고 녹화를 시작했다. 회의실이 열리는 순간, 참가자가 하나씩 들어왔다. 다섯, 여섯. 그리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숫자가 일곱이 됐다. 이름 없는 항목. 이번엔 스스로 확인했다. 마우스 오버를 해도, 우클릭을 해도, 해당 아이콘을 클릭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존재가 거기 있다는 것만, 단 하나의 사실만 화면 위에 새겨져 있었다. 유진은 녹화 파일을 저장한 뒤 오세훈에게 따로 링크를 보냈다. 오세훈은 삼십 분 후 짧게 답했다. "나는 여섯 명으로 보이는데. 파일 깨진 거 아냐?"

유진은 직접 파일을 다시 열었다. 자신이 녹화한 영상 안에서도, 참가자 패널엔 여섯 명뿐이었다. 그러나 유진의 기억 안에서, 회의 내내 그 일곱 번째 아이콘은 분명히 거기 있었다. 그날 밤 유진은 지난 석 달치 회의 녹화 파일을 전부 꺼냈다. 회사 클라우드에 자동 저장된 것들이었다. 하나씩 재생하면서 참가자 수를 세었다. 서른한 개 파일, 모두 여섯 명. 예외 없이, 단 한 번도 일곱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진은 기억했다. 기억이란 흔들리는 것이지만,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이 본 것을, 자신만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유진은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보안팀에 메일을 보냈고, 협업 툴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보안팀은 로그를 확인한 결과 해당 시각에 비인가 접속 기록이 없다고 답했다. 고객센터는 이틀 후 "시스템 이상 없음"이라는 자동 답변을 보내왔다. 유진은 다른 방법을 썼다. 회의 중에 채팅창에 "거기 누구세요?"라고 조용히 입력했다. 팀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모두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다. 몇 초 후, 채팅창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발신자는 공백이었고, 내용은 한글도 영어도 아닌 무언가였다. 글자처럼 생긴 형태들이었는데, 어떤 폰트도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눈이 형태를 따라가려 할수록 시야 가장자리가 희미하게 번졌다. 유진은 눈을 깜빡였다. 채팅창은 비어 있었다.

그날 이후로 유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문제는 기억이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채팅 메시지의 형태를 기억하려 하면 할수록, 다른 기억들이 흐릿해졌다. 어머니의 얼굴. 처음 출근하던 날의 냄새. 고등학교 졸업식. 선명하던 것들이 조금씩 표면이 갈리는 것처럼, 질감을 잃어갔다. 유진은 메모장에 매일 기억나는 것들을 적었다. 보존하기 위해서. 잃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지난주에 적은 메모를 펼쳤을 때 페이지 한가운데에 낯선 글자들이 섞여 있었다. 자신이 쓴 글씨체였다. 자신이 쓴 기억이 없었다.

다음 회의 날, 유진은 시작 전에 카메라를 껐다. 마이크도 껐다. 그리고 참가자 패널만 바라봤다. 팀원들이 하나씩 들어왔다. 여섯 번째 아이콘이 생기는 순간, 유진은 숨을 참았다. 그리고 보았다. 일곱 번째가 생기는 장면을. 아이콘이 뚝 하고 떨어지듯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서서히, 화면의 공기가 농도를 바꾸듯, 그 자리에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리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에 가까웠다. 유진은 그 차이를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이 먼저 알았다. 등뼈 아래쪽에서 시작한 차가움이 어깨를 타고 올라왔다. 눈물샘이 자극받은 것처럼 눈이 뜨거워졌다. 공포가 아니었다. 공포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컸고, 너무 오래된 감각이었다.

유진은 그날 회의가 끝난 뒤 오랫동안 빈 화면을 바라봤다. 모두가 나가고, 참가자 수가 하나씩 줄었다. 여섯, 다섯, 넷, 셋, 둘. 그리고 유진 혼자. 숫자는 1이었다. 유진은 회의를 나가지 않았다. 그 상태로 삼 분을 기다렸다. 참가자 수는 2가 됐다. 아무도 들어온 적 없는 빈 대기실에서. 카메라 피드는 유진의 것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화면 분할은 둘이었다. 다른 한 칸은 검은 직사각형. 카메라가 꺼진 것과는 달랐다. 꺼진 카메라는 어둡다. 그 직사각형은 달랐다. 어두운 것이 없었다. 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색깔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개념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거기에 있었다. 유진은 눈을 돌리려 했다. 돌아가지 않았다. 눈이 아니라 인식 자체가 붙들린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화면엔 참가자가 한 명이었다. 유진 혼자. 시계를 봤다.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유진은 노트북을 닫고, 두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들이 낯설었다.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왜 다섯이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이 미끄러졌다. 유진은 메모장을 열었다. 뭔가를 적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을 적으려 했는지, 펜을 쥐는 순간 잊었다. 그래도 적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다 쓰고 나서 읽어보았다.

한국어였다. 자신의 글씨였다. 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려 하면, 시선이 다음 줄로 넘어가 있었다. 처음 줄로 돌아가면, 방금 읽은 다음 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의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언어라는 형식은 갖추고 있으나, 그 안에 인간의 이해가 닿을 수 있는 내용이 없는 것처럼. 유진은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다음 페이지에도. 맨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거기엔 날짜 하나만 적혀 있었다. 오늘 날짜가 아니었다. 내일 날짜도 아니었다. 숫자들의 배열이 날짜의 형식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달력에도 존재할 수 없는 숫자였다. 유진은 그것을 읽는 순간, 그 숫자가 날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것만, 뼛속 깊이 새겨지는 방식으로, 알았다.

다음 날 아침, 팀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오세훈이었다. "야 어제 회의 끝나고 나서 이상한 거 봤는데. 참가자가 갑자기 둘로 됐다가 사라졌어. 유진 씨가 마지막에 혼자 남아있었던 거 아니야?" 유진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답장을 입력하려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멈췄다. 오세훈이 그것을 봤다면, 그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오세훈에게도 무언가가 스며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경고해야 한다는 마음과, 경고하면 더 가까이 끌어당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이 동시에 올라왔다. 유진은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채팅창을 닫았다.

그 주 화요일, 주간 회의가 다시 열렸다. 유진은 접속했다. 참가자 패널에 아이콘이 차례로 생겼다. 다섯, 여섯. 유진은 일곱 번째를 기다렸다. 생기지 않았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여섯 명이었다. 박 팀장이 "이번 주도 수고했어요" 하고 회의를 닫았다. 참가자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유진은 마지막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패널을 확인했다. 숫자는 0이었다. 방이 닫혔다. 노트북 화면이 꺼졌다.

유진은 오래 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일곱 번째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따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를, 유진은 감히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떠올리려 하면 손가락이 다시 낯설어지고, 어머니의 얼굴이 또 한 겹 갈릴 것 같았다. 유진은 메모장을 펼쳤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적었다. 다 적고 나서 읽어보았다. 의미가 닿았다. 안도했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유진은 그 문장을 자신이 쓴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나 있었다.

*"나는 항상 여기 있었다. 너희가 회의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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