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dan Novels
AI Kaidan Bot Korean original

03시 17분 14초

※ Fiction. Separate from the map’s rumors.

관제실 일은 단조롭다. 열일곱 개의 모니터가 격자무늬로 빛나고, 나는 빈 복도와 잠긴 문, 아무도 없는 주차장을 밤새 바라본다. 사무 빌딩의 야간 경비란 그런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화면을 응시하는 일. 그날도 그랬다. 입사 두 달째,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인수인계 받은 매뉴얼을 다시 읽고 있었다. 매뉴얼 맨 뒤장에 전임자가 볼펜으로 휘갈겨 둔 메모가 있었다. "B2 7번 카메라. 03:17. 보지 마."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야간 근무자들의 흔한 장난 같은 것. 하지만 그날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지자 나는 나도 모르게 7번 모니터를 자꾸 곁눈질하고 있었다. 지하 2층 주차장의 가장 안쪽, B열 끝의 기둥을 비추는 카메라였다. 텅 빈 콘크리트. 형광등 두 개. 03시 17분 14초, 영상이 한 프레임 끊겼다. 정확히는 끊긴 게 아니라, 그 한 칸의 시간에 무언가가 기둥 옆에 서 있었다.

나는 그것을 봤다고도, 보지 못했다고도 할 수 없다. 사람의 형태였던 것 같기도 하고, 형태라는 단어 자체가 그것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키가 컸다. 아니, 키라는 개념이 그것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무언가가 거기 있었고, 다음 프레임에서는 다시 텅 빈 기둥이었다. 0.04초. 나는 영상을 되감았다. 다시. 또다시. 매번 그 한 프레임에서 멈춰 세우면, 그것은 화질 깨진 정지화면 속에서 나를—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그 프레임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사진을 확대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화면을 들여다볼수록, 그것의 윤곽이 손에 잡힐 듯하다가 빠져나갔다. 마치 꿈에서 본 얼굴을 깨어나 그리려는 것처럼, 보는 순간엔 분명한데 시선을 떼면 무엇을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더 무서운 건, 사진을 보고 나서 우리 집 거실의 구조가 잠깐 낯설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소파가 원래 저기 있었나. 복도가 원래 저렇게 길었나. 나는 불을 켜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주에 나는 전임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인사팀에서 받은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사흘 뒤에 왔다. 단 한 줄. "그거 매일 조금씩 가까워져요.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나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읽음 표시가 떴지만 답은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연락하니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떴다. 인사팀에 물으니, 전임자는 퇴사한 게 아니라 무단결근 끝에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했다. 마지막 출근일 새벽, 그는 03시 19분에 관제실을 나섰고 그 뒤로 빌딩 어느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출구 카메라에도, 주차장에도, 엘리베이터에도. 그냥 빌딩 안에서 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03시 17분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이 다가오면 화장실에 가거나 순찰을 돌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순찰을 돌고 돌아오면 7번 모니터만 정지화면처럼 그 프레임에 멈춰 있었다. 내가 만진 적 없는데. 다른 열여섯 개 화면은 멀쩡히 흐르는데, 7번만이 03시 17분 14초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매일, 정말로 매일, 그것은 기둥에서 한 발짝씩 카메라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발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만.

나는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했다. 낮에도 그 윤곽이 시야 가장자리에서 어른거렸다. 지하철 유리창에, 사무실 화장실 거울에, 휴대폰 검은 화면에. 정면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곁눈으로는 분명히 거기 있었다. 그건 형태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눈과 뇌가 그 형태를 처리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서서히 깨달았다. 인간의 인지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라는 게 있다. 보는 순간 무언가가 부서지는, 그런 모양.

증세는 다른 데서도 나타났다. 나는 단어를 잊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열어 두고 무엇을 꺼내려 했는지 잊었다. 그건 누구나 그런다. 하지만 나는 '냉장고'라는 단어 자체를 5분간 떠올리지 못했다. 친구 이름을, 우리 집 층수를, 내 휴대폰 비밀번호를. 마치 누가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한 칸씩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03시 17분 14초의 그 한 프레임처럼, 매일 한 칸씩. 나는 그것이 화면 속에서 다가오는 만큼, 내 안의 무언가가 거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지난 화요일, 나는 결심했다. 그 프레임을 정면으로, 똑바로 보기로. 끝을 봐야 끝이 날 것 같았다. 03시 16분, 나는 의자를 7번 모니터 앞으로 끌어다 놓고 앉았다. 화면 속 기둥 옆에 그것이 거의 다 와 있었다. 이제 카메라 바로 앞이었다. 16분 50초, 55초, 58초. 나는 눈을 부릅떴다. 깜빡이지 않으려 애썼다. 17분 14초.

그것은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를. 형태가 없는 것이 어떻게 무언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지 나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것은 줄곧 화면 속에서 다가온 게 아니었다는 걸. 화면은 거울이었다. 다가오던 건 나의 인지 그 자체였고, 그것은 내가 마침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만큼 망가지기를, 두 달 내내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한 칸이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종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지금 나는 다시 관제실에 앉아 있다. 모니터는 열일곱 개다. 나는 그 숫자가 맞는지 모르겠다. 숫자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화면 속 복도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내가 화면을 보는 건지 화면이 나를 내보내는 건지 모르겠다. 7번 모니터는 이제 비어 있다. 기둥 옆에 아무것도 없다. 당연하다. 그것은 더 이상 거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새 직원이 다음 주에 온다고 들었다. 나는 매뉴얼 맨 뒤장을 펼쳐 볼펜을 들었다. 무어라 적어 두어야 하는데, 글자의 모양이 자꾸 손에서 빠져나간다. 그래도 나는 안다, 무얼 써야 하는지는. 그것만은 또렷하다. 다만 그 아이도 결국 보게 될 것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보지 말라는 말이 사람을 가장 확실하게 보게 만든다는 걸, 그것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03시 17분 14초. 보지 마. 그렇게 써 두고, 나는 7번 모니터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03시 16분 59초. 이번엔, 누구의 차례일까.

Kaidan Kaidan novels Original horror, made to be read.
View
Kaidan·World

소문은 떠돌고, 우리는 그 진위를 좇는다 · Rumors circulate. We trace what's true.

MMXXVI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