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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德壽宮)

덕수궁

제국이 끝난 자리에서 불은 두 번 일었고, 이름은 세 번 바뀌었다 — 그럼에도 무언가는 여전히 그 뜰을 떠나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서울 정동의 돌담길 안쪽, 원래 이름이 경운궁(慶運宮)이었던 이 궁은 처음부터 왕의 자리가 아니었다. 역모에 연루된 자의 집이 몰수되고, 왕실 여인에게 하사되고, 또 다시 환수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궁이 되었다 — 처음부터 뒤틀린 연을 품고 시작한 땅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임진왜란의 재로 뒤덮인 한양에서 선조는 월산대군의 사저를 임시 거처로 삼았다. 그 이후로 이 터는 '비상한 때에 왕이 깃드는 곳'이라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광해군이 즉위했고, 인조가 즉위했고, 마침내 1897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홀로 귀환한 고종이 이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 화려한 선언이었으나, 그 이후의 시간은 끝없는 잠식이었다고 전해진다.

1904년 원인 불명의 대화재가 궁 전체를 휩쓸어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 이듬해 다시 세워졌으나,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떠나며 아버지 고종에게 '덕이 높고 오래 사시라'는 뜻의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 아들이 아버지를 이 궁에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그 후 고종은 홀로 이 전각들 사이에서 세월을 보냈으며, 1919년 이 땅에서 승하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궁역은 대폭 잘려나갔고, 전각들은 하나씩 헐려 흔적을 잃었다.

오늘날 석조전 앞 분수대 인근이나 돌담 그늘 아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드문드문 떠돈다고 한다. 특히 밤 산책로로 유명한 정동 돌담길 너머로 까닭 없는 한기를 느꼈다거나, 텅 빈 뜰에서 발소리를 들었다는 소문이 전해지나, 모두 확인된 바 없는 풍문에 불과하다.

이름이 바뀔 때마다 이 궁이 품은 것도 달라졌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같은 무게가 쌓여온 것인지 — 경운궁이라는 옛 이름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간간이 들린다. 그 이름 하나를 되찾으면 무언가가 비로소 자리를 떠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쓸쓸한 황혼 / 잘린 역사 / 돌담의 냉기 / 제국의 잔향 흉가·심령 명소저주받은 장소궁궐대한제국고종정동경운궁역사적 비극
Kaidan The Codex The things behind the rumors, at a g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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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덕수궁 — Wikipedia (ko.wikipedia.org). Adapted and reconstructed by this site. License CC BY-SA 4.0.